|
이제는 과거 TV·옥외광고 등 불특정 다수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광고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하며 '얼마나 퍼졌는가'를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광고업계 입장에서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과거 '스킵(넘기기)'의 대상이었던 광고들이 감상의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다.
특히 근래 주목받는 여러 광고 캠페인들은 기존 광고 문법을 깨고, 광고를 콘텐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숏폼 콘텐츠가 중심이 된 시대에, 광고가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는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열광 속에서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그 광고를 보고 무엇을 기억했는지다. 재생산된 콘텐츠를 수없이 접했기에 영상과 장면, 모델의 표정은 기억난다. 또 기발한 대사와 댓글창에서 유행한 농담도 남아있다. 하지만 정작 어느 브랜드의 광고였는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말하려 했는지는 흐릿하다.
물론 지금은 '재미'도 경쟁력이다. 대중들은 정보전달보다 감정공유를 원하고, 자세한 설명보다 한 번의 경험을 오래 기억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선택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문제는 그 '재미'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순간이다.
광고의 최종 목적은 결국 브랜드나 제품을 남기는 일이다. 잠재적 소비자들이 광고를 끝까지 봤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보고 난 후 그 브랜드를 더 선명하게 이해했는지, 제품에 대한 호감이 생겼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최근의 재미 중심 광고 열풍들을 좀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재밌었다'는 평가는 물론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광고를 봐도 브랜드가 더 좋아졌는지, 제품의 차별점은 뭔지, 실제 써보고 싶었는지에 답하지 못한다면 화제성만 남기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광고 제작사가 창의적인 연출로 주목받는 것은 광고산업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광고의 주인공이 제작사가 되는 순간, 광고의 목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이 브랜드 광고 좋다"가 아니라 "역시 저 제작사답다"라고 말한다면, 그 성과는 과연 누구의 자산으로 쌓이는가.
광고는 더 재미있어져야 하지만, 동시에 더 정확해져야 한다. 재미로 시선을 붙잡더라도 명확한 메시지로 대상을 소개하고 남겨야 한다. 멋지게 디자인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작 '살 것 없는 공간'을 만들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광고는 이미 콘텐츠가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다.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광고가 과연 브랜드와 제품에 도움이 되는지다. 기억 속에 영상만 남아있는 광고를 우리는 성공한 광고라고 부를 수 있을까.
광고의 본질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가 자리잡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럼에, 광고를 보고 난 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재밌었는지'가 아닌 '무엇이 남았는지'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가장 뼈아픈 답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그 광고 재밌었는데, 브랜드가 뭐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