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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9일 오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제31회 닛케이포럼 '아시아의 미래' 한일 특별세션 비즈니스 리더 대담에서 "한일이 경제협력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경제협력의 마지막은 경제공동체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EU라고 할 수 있다"며 "공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담은 '혼미를 거듭하는 국제정세, 한일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장이 참석했고, 스게노 미키오 일본경제신문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최 회장은 2년 전 닛케이포럼에서 한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 경제가 그만큼 변했고, 한일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각각 독립적인 경제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모두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거의 모든 산업을 갖춘 제조·수출 국가로 성장했지만, 이는 WTO 체제와 자유무역 질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제는 그 질서가 무너졌다"며 "당분간 그 체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이었고,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됐다"며 "이 상태와 갈등은 수십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최 회장은 미중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과 일본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남이 만드는 룰을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며 "미중이 만드는 룰에 쫓아가고, EU가 만드는 룰에 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적자국이라 우리 힘으로 우리를 지키지 못하는데 우리에게 무슨 옵션이 있겠느냐"며 "이제 협력을 어느 정도로 올려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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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과 비용 낮추기, 한일 전략협력의 핵심"
최회장은 한일 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성장'과 '비용'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양국 모두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로 고비용 구조에 들어섰고, 성장은 둔화되면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양쪽 두 나라는 사회문제 때문에 고비용화돼 있다"며 "비용은 점점 늘어나는데 성장은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제시한 분야는 에너지였다. 최 회장은 "양쪽 두 나라는 에너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공동 사용, 공동 구매, 공동 비축 등 협력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이 떨어져야 사회의 기초적인 비용이 떨어질 수 있다"며 "공동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했다.
전기화와 AI 인프라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최 회장은 "AI를 비롯해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데, 전기의 문제는 생산해놓고 보전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전기화 사회로 전환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으로 만들면 비용을 10~20% 줄일 수 있다"며 "이것이 양국의 경쟁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앞으로의 수출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상품을 수출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능을 수출해야 하는 모델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AI 인프라와 AI 팩토리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헬스케어 분야도 협력 대상으로 들었다. 그는 고령화로 의료와 돌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따로따로 개발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보험, 의료 시스템을 일부 공유할 수 있다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비용을 낮추는 모든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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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최 회장은 "두 나라를 한꺼번에 가는 상품이 없다"며 "이걸 같이 만들면 양쪽에 모두 좋은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성장과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지정학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의 실행 장치로 '빅텐트'형 상설 기구를 제안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면 한일 관계를 더 발전시켜나갈 빅텐트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치권, 민간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양국 사이에서 상당한 규모의 협력과 교류가 일어나고 있지만 집중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꺼번에 같이 토의할 수 있는 조직화가 된다면, 양국 정부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상시 조직을 만들어 어떻게 정책화해나갈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협력을 구체화하려면 연구와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스터디가 필요하고 결국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법을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예로는 금융 제도를 들었다. 최 회장은 "두 나라의 금융권 제도가 다르면 펀드를 만들더라도 운용하기가 힘들어진다"며 양국 제도 차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협력 관리도 제안했다. 그는 양국의 수많은 민관 기관이 각자 움직이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 연구하고 연결해가면 훨씬 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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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한일이 힘을 합치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6조달러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시너지가 1조달러는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저성장에 물들어 있던 젊은이들이 희망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차원에서도 일본과 장기적 공동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SK가 일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도 가능하면 돈을 회수하기보다는 일본에서 장기적으로 공동 성장에 기여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번 돈을 일본에 투자하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두 나라의 협력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담에 함께한 도쿠라 고문은 현재 국제정세를 "레알폴리틱, 힘과 돈이 행세하는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지정학적 리스크, 자원 부족 등 공통 과제를 안고 있으며 법치와 시장경제, 무역입국이라는 국가 방향성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가토 은행장은 한일 양국이 원유 가격 급등과 해상 수송 혼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이 16%, 한국은 22% 수준이라며 중동 정세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경제모델 자체를 흔드는 마이너스 스파이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은 한일 경제협력을 단순한 우호 협력이나 개별 산업 협력 차원이 아니라 국제질서 재편 속 생존 전략으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에너지, 전기, AI 인프라, 반도체, 헬스케어, 관광까지 협력 대상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한일이 하나의 경제권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