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표준노동시간·최저보수제 제안
경영계 “근로자성 판단 없이 논의 불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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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3차 회의에 이어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도급제 노동자는 근로시간이 아니라 배달 건수나 운송 실적 등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사람을 뜻한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최저임금법에는 도급제 등으로 임금이 정해져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별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적용 사례는 없다.
논의의 핵심은 모든 도급제 노동자에게 일괄 적용할 수 있느냐보다 직종별로 근로자성과 노동시간 측정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다. 노동부가 최임위 논의를 위해 실시한 실태조사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돌봄·가사서비스 종사자, 방과후 강사, 방문학습지 교사 등 6개 유형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직종의 종사자 규모는 모두 65만1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실태조사에서는 직종별 근로자성 수준도 갈렸다. 방문학습지 교사와 가전제품 설치기사는 근로자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으로, 대리운전 기사와 배달라이더는 일부 근로자성이 있는 직종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가 도급제 노동자 규모를 800만명 안팎으로 보고 전면적인 최저임금 보호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실제 최임위 논의에서는 우선 적용 가능한 직종을 어떻게 정할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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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배달·택배, 대리운전, 돌봄·가사, 방문서비스, 방과후 강사, 방문학습지 교사 등은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실제 업무시간 등을 일정 수준 이상 측정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의 도급제 최저임금 노동실태 연구 결과 이들 직종은 월평균 19.3~22.2일, 하루 7.4~8.8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방식의 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직종에는 최저보수제를 적용하자고 했다. 최저보수제는 물가상승률과 유사업무 시장임금, 업무 수행 비용 등을 고려해 직종별 최소 보수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안전운임제처럼 노사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협의체가 직종별 최저보수를 매년 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제 최저임금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도급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어진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시애틀 배달라이더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 영국의 공정단가 제도, 우리나라 화물운송 노동자의 안전운임제 운영 경험 등은 도급제 노동에 맞는 별도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기시간, 이동시간, 고객 취소로 허비한 헛걸음 시간 등 전혀 보상받지 못하는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최저임금법으로 먼저 보호하지 못한다면 산업재해 역시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라며 "근로자로 확인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적용될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권한도, 역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도급계약은 업무 완성을 조건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이라며 임금이 아니라 보수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 본부장은 "무리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은 도급 체계와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 수많은 골목상권과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유통 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도급제 종사자들의 이탈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산정 방식을 둘러싼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보호 범위를 특고·플랫폼 노동자까지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최임위가 근로자성 판단까지 떠안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향후 회의에서는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를 계속 이어갈지, 일부 직종부터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로 넘어갈지를 두고 공익위원들의 판단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