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허술하게 지은 1층 위에 2층·3층 쌓는 격…형사사법체계 재설계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629010010062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6. 30. 05: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채다은 변호사
법무법인 한중 채다은 변호사. /채다은 변호사
"이미 문제가 드러난 검경수사권 조정 체계 위에 또 다른 제도를 덧씌우는 방식으로는 형사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변호사시험 4회)는 여권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검사의 권한을 박탈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기존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에 집중돼 있던 수사권을 경찰로 분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다. 1차 검찰개혁으로 불리며 2020년 1월 개정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으로 2021년 1월 1일 시행됐다.

가장 큰 변화는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모든 범죄에서 부패·경제·공직자 등 6대 중요범죄로 축소했다. 이후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 체계로 재편됐다.

채 변호사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등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제도 설계의 숙의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1차 검찰개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데 그 토대 위에서 다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체계를 얹으려 한다"며 "허술하게 지은 1층 건물 위에 2층과 3층을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실무 현장에서 비효율이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의 권한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최근 여권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직접 보완수사보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채 변호사는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다가 특정 참고인의 진술 하나만 추가로 확인하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예전 같으면 검사가 직접 확인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을 지금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다시 사건을 배당해 조사한 뒤 기록을 정리해 송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처리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실무에서는 보완수사요구 후 사건이 다시 보내는 데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범죄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채 변호사는 과거 검토했던 강제추행 사건을 예로 들었다. 검사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피해자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실제 조사는 1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사이 피해자는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고, 사건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희미해졌다.

채 변호사는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 증거와 기억은 계속 희미해진다"며 "수사 절차가 길어질수록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형사재판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채 변호사는 지적했다. 검찰이 사건을 충분히 검토하거나 보완하지 못한 채 기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사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쟁점들이 그대로 법정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검사가 기록을 다시 살피며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기소 여부를 한 차례 더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그 역할이 약화되면서 재판부가 사실상 수사 과정의 빈틈까지 메워야 하는 상황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채 변호사는 이 같은 부담이 법원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에게도 돌아간다고 봤다. 수사 단계에서 해결됐어야 할 쟁점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심리 기간은 길어지고, 피해자의 회복과 피의자의 법적 지위 확정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기소 여부를 수사 단계에서 정리하지 못하면 결국 법원 부담이 커지고 재판 기간도 길어진다"며 "피의자든 피해자든 자신의 사건이 6개월 안에 끝나기를 바라지 5년 뒤 결론이 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을 없앨지 말지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전건송치, 직접 보완수사, 피해자 권리구제 절차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은 조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더 신속하고 정확한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기존 제도의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또 다른 제도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결국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