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정해진 상황…자문 의미 없어
사건 장기화·책임 공백 발생 가능성
전건 송치 통해 수사 통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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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꾸려진 자문위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추진단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채 논의를 진행, '결론을 정해놓은 요식 행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초대 자문위원장이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며 사퇴한 데 이어, 후임인 이근우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역시 자문위원들과 함께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단의 개혁 방향에 이견을 드러냈다. 전·후임 자문위원장 모두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사건 처리 지연은 물론 경찰의 부실수사 통제 약화, 피해자 권리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투데이는 추진단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 참여한 이근우 교수를 통해 자문위가 우려한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과 추진단 논의의 한계를 들어봤다.
◇"추진단 논의, '검사가 싫으니 권한을 뺏자'는 식"
이근우 교수는 지난 9일 양홍석 변호사 등 7명의 자문위원과 함께 추진단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A4 용지 12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목표는 국민의 권익 보호와 형사정의 실현이어야 한다"며 국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형사 정의를 충실히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문위 입장문 첫머리에 '형사사법체계 개혁 목표'를 별도로 명시했다"며 "추진단의 목표가 검사의 수사권 박탈이 아닌 피해자 권익 보호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추진단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방향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추진단이) 무슨 논의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일단 '검사가 싫으니 권한을 뺏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며 "그로 인한 문제점을 말하면 검찰 편드는 것 아니냐고 하니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국민 불편도 감수하겠다는 인상도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입장문 발표를 끝으로 자문위 활동도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로 추진단은 김민석 국무총리로부터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되, 보완수사요구권 부여 여부를 검토하라는 방향을 전달받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원들이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음에도 정책 방향은 이미 폐지로 기울어 있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추진단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입장문 발표 약 2주 전 회의가 마지막이 됐다"며 "자문위원들은 6개월 가까이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포함해 여러 의견을 제시해 왔는데, 이미 결론이 정해진 상태라면 더 이상 자문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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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검사의 권한 아닌 국민 보호를 위한 의무"
자문위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추진단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자문위는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는 경찰의 수사 기록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항을 직접 보완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봤다.
모든 미진한 부분을 수사기관(경찰, 중수청)에 대한 보완수사요구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부실수사를 바로잡고 공소 제기 여부를 적정하게 판단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는 사실상 외부 기관에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사건 담당자가 바뀌거나 사건이 밀리면 보완수사요구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고 처리할 주체가 사라지면 신속성은 물론 수사의 완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완수사권은 검사의 권한이라기보다 국민 보호를 위한 의무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형사사법 절차의 신속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사가 직접 확인하면 수주 안에 끝날 수 있는 사건도 보완수사요구만 반복하다 보면 처리 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3~6개월이면 마무리될 사건이 1년 이상 장기화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논의대로라면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는 주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누구도 '내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면 사건은 여러 기관 사이를 오가며 표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권리구제인데, 지금 논의는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늘리고 책임 소재를 흐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사건 암장, 부실 수사 걸러낼 '전건 송치' 필요"
이 교수는 전건 송치도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건 송치는 경찰이 처리한 사건을 모두 검찰에 넘기는 제도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며 폐지됐다.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불기소 의견)할 경우 송치 없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건 송치 제도가 사라진 후 검사가 모든 사건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구조는 심각하게 약화됐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해당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을 하면 담당 검사가 경찰의 수사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또한 법률 지식이나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권리구제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실제로 피해자인 고소인 외에 제3자인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은 제한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경찰의 사건 암장이나 부실 수사 등을 걸러낼 장치로 '전건 송치'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언급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역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한 축소가 아닌 전문성 강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대검찰청도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통제 장치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사경을 활성화하려면 검찰의 지휘 기능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환경·노동 등 분야별 중점검찰청과 연계해 전문적인 지원과 점검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 과정의 적법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장치 없이 제도를 확대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와 별개로 오는 10월 2일 예정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 일정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중수청 조직 구성과 사건 인수인계, 인력 배치 문제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소송법 개정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며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추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