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물가상승률 vs 지불능력·고용 영향…결정 기준도 평행선
제도 도입 후 합의 8차례뿐…공익위원 중재·표결 반복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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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했다. 이날 근로자위원 측은 3차 수정안으로 시급 1만1800원, 사용자위원 측은 1만390원을 각각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과 비교하면 노동계는 14.4%, 경영계는 0.7% 인상안이다.
앞서 2차 수정안에서 노동계는 1만1900원, 경영계는 1만360원을 제시했다. 2차 수정안 당시 1540원이던 노사 격차는 3차 수정안에서 1410원으로 130원 줄었다. 노동계는 직전 안보다 100원을 낮췄고, 경영계는 30원을 올렸다.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놓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의 실태생계비보다 중위임금 60%라는 특정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논의의 출발선은 물가상승률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2.7%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첫발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앞세웠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경제 상황이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에 가려져서는 안 된다"며 폐업·부채·연체 지표를 들어 현장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인건비는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누적 영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 '객관 지표'를 말하지만 어떤 지표를 우선할지를 두고는 접점이 없다. 노동계는 실태생계비와 물가상승률을, 경영계는 지불능력과 고용 영향을 앞세우면서 최저임금 심의가 올해도 기준 논쟁과 수정안 공방을 반복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최저임금은 제도 도입 이후 합의보다 표결에 기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결정됐지만, 합의 사례는 제도 도입 이후 8차례에 그쳤다. 지난해 합의도 새 정부 출범 직후라는 정치적 환경에서 노사 모두 표결 대치에 부담을 느낀 예외적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지만,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 중재안을 표결에 부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법정 심의기한을 넘겨도 노동부 장관이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다음 해 적용에는 문제가 없어, 심의가 7월까지 이어지는 관행도 굳어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최임위는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기보다 마지막 표결에 기대 결론을 내는 방식에 가깝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전반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객관적 지표와 전문가 검토에 기반한 심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