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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은 3일 일본 엔화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이 올해 5월 65.93까지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과거 달러당 엔화 가치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던 1986년 12월의 실질실효환율 141.77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겉으로 보이는 환율 숫자보다 엔화의 실제 힘이 훨씬 더 약해졌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은 달러·유로 등 특정 통화와의 단순 환율이 아니다. 여러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에 무역 비중과 각국의 물가 차이를 반영해 계산한다. 국제결제은행(BIS)과 일본은행이 공표하는 지표로, 2020년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외국 상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자국 통화의 힘이 약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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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구매력이 무너진 배경에는 장기 디플레이션이 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은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물가와 임금이 정체됐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물가가 꾸준히 올랐다. 2013년 이후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로 명목 엔저까지 이어지면서 엔화의 대외 구매력 하락은 더 빨라졌다.
◇한국엔 '싼 일본', 일본엔 '비싼 세계'
엔저는 일본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의 지갑, 한국 관광산업,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까지 동시에 흔든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소비 이동이다. 일본 물가가 원화 기준으로 싸게 느껴질수록 한국인의 일본 여행과 현지 소비는 늘어난다. 일본 지방 관광지와 백화점, 드러그스토어, 편의점은 한국인 소비를 흡수한다. 반대로 한국 국내 여행지와 유통업체는 같은 소비자를 두고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 엔저는 환율 문제가 아니라 한국 내수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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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을 상대하는 한국 기업에는 또 다른 부담이 생긴다. 일본 소비자와 기업의 구매력이 약해지면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저항도 커질 수 있다. 일본 바이어는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고, 현지 소비자는 더 싼 제품을 찾는다. 엔저가 길어질수록 일본 시장은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에 더 민감한 시장이 된다.
이번 실질실효환율 하락은 일본이 단순히 '여행 가기 싼 나라'가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통화가 장기간 약해지면서 일본 국민의 생활수준과 소비력, 기업의 구매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에는 일본 여행 특수라는 단기 호재와 국내 소비 유출, 수출 경쟁 심화라는 부담이 동시에 온다.
숫자로 보이는 엔저보다 중요한 것은 돈의 실제 힘이다. 한국인에게 일본은 싸졌지만, 일본인에게 세계는 훨씬 비싸졌다. 이 간극이 앞으로 한일 관광, 소비, 수출 경쟁의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