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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기술만으론 부족”…조현준의 ‘인문학 경영’이 쏘아올린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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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6. 07. 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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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1. 효성 조현준 회장 프로필 사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효성
김영진
김영진 산업1부 기자
최근 산업계는 AI(인공지능) 인재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합니다. 기업들은 반도체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해외까지 뛰고, 개발자 몸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합니다. '이공계 전성시대'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죠. 이런 흐름 속에서 효성그룹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창사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문계열 전공자만을 위한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나선 것입니다.

얼핏 시대를 거스르는 결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채용은 문과생을 위한 배려가 아닙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인재 철학이 반영된 '글로벌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 회장은 평소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해왔습니다. 변화의 본질을 읽고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인문학에서 나온다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강조해온 철학이 이번에는 채용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셈입니다.

그 배경에는 효성의 사업 구조가 있습니다. 효성그룹 매출의 8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화학의 수출 비중은 각각 90% 안팎과 70%를 웃돕니다. 효성중공업 역시 전력기기 사업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에 1억5700만달러(약 2340억원)를 투자하며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공장을 짓는 일은 기술이 합니다. 그러나 공장을 운영하고 고객을 설득하며 현지 직원들을 이끌고 본사와 해외 법인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합니다. AI는 번역을 할 수는 있어도 신뢰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데이터는 분석할 수 있어도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거나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일까지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효성이 찾는 인재도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인문계 공채는 단순히 인문계 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선발하는 채용이 아닙니다. 세계 각국의 고객과 소통하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조직을 연결하며 글로벌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찾겠다는 의미입니다. 조 회장이 인문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전공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효성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될수록 제조업의 경쟁력은 제품 자체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제조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 맞춤형 영업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때 제조업은 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 강했습니다. 이제는 여기에 사람을 이해하고 시장을 읽으며 문화를 연결하는 인재까지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되는 시대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조 회장의 이번 선택이 AI 시대 제조업의 인재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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