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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바퀴벌레라 불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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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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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대법원장의 "바퀴벌레" 발언, 두 달 만에 장관 사퇴로 이어져
2년 전 방글라데시 "라자카르" 되받아치기와 닮은 궤적
모욕을 부인하는 대신 끌어안은 인도 청년들의 승리
INDIA-POLITICS-EDUCATION-PROTEST <YONHAP NO-5072> (AFP)
25일(현지시간) 바퀴벌레인민당(CJP) 시위대가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축하하고 있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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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지난 5월 15일 수르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법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들이 있다. 일자리를 못 구하고 이 바닥에 발붙일 자리도 없는 자들이다. 그중 일부는 언론이 되고 소셜미디어가 되고 활동가가 되어 모두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표현도 함께 나왔다.

모욕은 대개 '모욕당한 이'를 작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발언 이튿날인 5월 16일, 20대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아비지트 딥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땅의 모든 바퀴벌레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알렸다. 그렇게 '바퀴벌레인민당'(CJP)이 생겼다.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이름을 비튼 가짜 정당이다.

CJP가 내건 가입 자격은 네 가지였다. 무직일 것, 게으를 것, 온라인에 상주할 것, 그리고 전문가급으로 불평할 수 있을 것. 표어는 "게으른 자와 실업자의 목소리"였다. CJP의 팔로워는 78시간 만에 300만 명을 넘겼고, 이내 2000만 명을 넘어 BJP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도 앞질렀다.

농담으로 시작한 것이 농담으로 끝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대법원장의 발언이 나온 그 주에 인도는 이미 시험지 유출로 들끓고 있었다. 인도의 의과대학 입학시험(NEET)에는 해마다 약 200만 명이 응시해 13만 석을 놓고 겨룬다. 몇 년씩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5월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 시험은 취소됐고 재시험이 결정됐다. 준비한 세월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진 뒤, 최소 열두 명의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죽음이 이 운동의 한가운데 놓였다.

6월 6일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에 수백 명이 모였다. 바퀴벌레 가면을 쓴 이들은 국기와 헌법 사본과 붉은 장미를 들고 왔다. 6월 28일부터는 쉰아홉 살 활동가 소남 왕축이 시위 현장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정부는 오래 못 들은 척했다. 지난 20일 의회로 행진하려는 이들에게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둘러 수십 명이 다쳤다. 인터넷이 차단됐고 수도의 지하철역 18곳이 폐쇄됐다. 그래도 청년들은 굽히지 않았고, 결국 지난 25일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스캔들로 물러난 두 번째 장관이다. 왕축은 26일 만에 단식을 풀며 "평화와 인내와 끈기의 승리"라고 했다. 헌법 사본을 든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게으른 세대가 아니다."

APTOPIX India Protest <YONHAP NO-0683> (AP Photo/Aijaz Rahi)
지난 20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바퀴벌레인민당(CJP) 시위에 바퀴벌레 마스크를 쓴 청년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 한 문장이 두 달의 전부다. 게으르다는 말, 기생한다는 말, 바퀴벌레라는 말. 그 말을 부인하는 대신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온 것이 이들의 방식이었다. 아니라고 항변하는 순간 이미 지는 싸움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통째로 가져다 깃발에 새겼다. 조롱은 조롱한 자에게 되돌아갔다.

2년 전 이웃 나라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 2024년 7월 방글라데시. 공무원 채용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셰이크 하시나 당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물었다. "독립유공자의 손주들이 혜택을 못 받으면 라자카르의 손주들이 받아야 하나." 라자카르는 1971년 독립전쟁 때 파키스탄군에 부역한 자들을 가리키는, 그 나라에서 가장 무거운 멸칭이다. 애국심을 배신으로 되쓰는 말이었다.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고 그 이름을 되받아 외쳤다.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라자카르, 라자카르! 누가 그랬냐, 누가 그랬냐, 독재자, 독재자!" 뒤에는 이런 구절이 붙었다. "권리를 달라고 했더니 라자카르가 됐다"

당시 시위에 나선 한 법학도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모욕은 모욕당한 쪽이 받아들여야만 성립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래서 더 크게 되받아 외쳤다." 하시나는 격분해 "거리에 널린 시신을 못 본 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스스로를 라자카르라 부른다"고 했다. 그 말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200명 넘게 숨진 유혈 진압 끝에 8월, 15년을 집권한 총리는 인도로 도망쳐야만 했다.

두 사건은 닮았다. 이름을 붙인 쪽은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불린 쪽은 시험지 앞에, 원서 앞에, 닫힌 문 앞에 있었다. 요구는 소박했다. 시험을 공정하게 치르게 해달라는 것, 일자리를 실력으로 얻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돌아온 것은 답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질문에 답하는 대신 질문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 답할 말이 없을 때 권력이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름은 붙이는 순간 상대의 것이 된다. 대법원장은 더럽고 하찮다는 뜻으로 그 말을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바퀴벌레의 진짜 속성은 다른 데 있다. 밟아도 좀처럼 죽지 않고, 한 마리가 보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수십, 수백 마리가 더 있다. 인도 청년들은 그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 딥케가 던진 첫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바퀴벌레들이 전부 모이면 어떻게 될까." 답은 두 달 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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