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최고 세율 적용
아세안 각국 보복 자제…전문가들, "미국 신뢰도 타격"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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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3일 최근 조사에서 강제노동 관행이 드러났다며 60개 경제권에 10%와 12.5% 두 단계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튿날인 24일 발효됐다.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이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고, 단속을 강화하려 노력한 것으로 평가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캄보디아에는 낮은 쪽 세율이 매겨졌다.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부품과 자동차 부품처럼 이미 별도 관세가 붙는 품목은 대상에서 빠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인권 침해이자 무역을 왜곡하는 관행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 법률은 1974년 무역법 301조다.
관세 발표는 루비오 장관이 22일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세안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동남아에 대한 25억 달러(약 3조7000억 원) 규모의 미 정부 전략 투자 계획도 함께 내놨다.
이후 동남아 각국 정부는 미국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클레어 카스트로 필리핀 대통령궁 공보관은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유의하고 그 절차를 존중한다"면서도 "심사 과정에서 필리핀이 강제노동에 반대하는 강력한 정책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역시 "미국이 베트남의 조치와 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미국 측과 건설적인 정신으로 계속해 논의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도 강제노동을 용인하지 않으며 이를 막기 위한 포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한 맞대응이나 보복보다는 협의를 택한 셈인데, 미국이 여전히 주요 외국인직접투자(FDI) 공급원이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타격은 세율과 무관하게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아메드 알바이라크 호주 로위연구소 인도태평양개발센터 연구원은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대미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세율이 비슷하거나 낮아도 거시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12.5% 세율을 적용받는 싱가포르나 필리핀은 대미 상품 수출의 GDP 비중이 크지 않아 전체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첸 연구원은 태국의 경우 냉동 수산물과 고무 제품, 가전 등 주력 수출품이 면제 목록에 들지 못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25억 달러 투자가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 럼은 "투자는 안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하지만 관세가 타격하는 곳은 제조업과 농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을 믿기 어려운 상대로 보는 역내 인식을 굳힐 것으로 봤다. 아세안을 연구하는 정치학자 부 럼은 관세 발표를 두고 "대외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면서도 "역내에서 놀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넘게 관세가 오르내리는 것을 겪으면서 아세안 회원국들은 워싱턴의 말과 실제 통상 조치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SCMP는 이달 나온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동남아 대다수 국가가 미국을 중국보다 신뢰도가 낮은 상대로 봤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