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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세자금 대출 보증과 단일종목 ETF의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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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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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 보증, 자연스러운 주거 수요를 과잉 증폭시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성급한 성과주의가 시장왜곡 초래
정책당국, 통제와 조종에서 존중의 대상으로 시장 바라보길
김봉즙
김봉즙 (주)다리앤다리 대표
시장경제의 자원 배분 기능은 개별 경제 주체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형성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정보를 압축한 신호이며 이 신호가 왜곡 없이 전달될 때 자원은 가장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선의를 가장한 여러 명분으로 시장의 자율적 조율 기능을 외면하고 누더기식 제도로 인위적으로 개입할 때 이 신호 체계는 흐트러지고 시장 질서는 왜곡되기 쉽다.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운 전세자금대출과 해외 투자 유출을 막겠다며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주택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갈수록 더 크게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 문제는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 자체가 아니라 정책이 만들어낸 과잉 수요에서 비롯되었다. 정부는 "서민 주거비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HUG 등 공공 보증기관을 동원해 보증금의 80~90%에 이르는 대출 보증을 제공하였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검증해야 할 DSR 규제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함으로써 큰 사각지대를 남겼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설 만큼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었다. 상환 능력에 대한 점검 없이 공급된 자금은 결국 수요를 실제보다 크게 부풀리는 지렛대로 작동하였다.

소득 범위를 넘어선 대출이 손쉽게 공급되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형성되었고, 부풀려진 구매력은 전셋값을 끌어올리며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좁혀 '무자본 갭투자'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이렇게 자극된 과잉 수요는 시장 조정 국면에서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전셋값이 하락하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었다. 서민을 지원한다는 명분의 대출이 오히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잉 유동성 공급 통화정책은 과다한 가계부채 비율을 구조적으로 고착시켜 급기야는 금리와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을 좁히고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 기능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부채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금리 인상은 곧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당국이 정책 수단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장을 돕겠다는 정책이 도리어 정책 당국 자신의 손발을 묶고 국가경제 전체를 어렵게 만든 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역시 정책적 조급함이 낳은 사례다. 당국은 "서학개미의 자금 유출을 막고 국내 증시를 부양하겠다"며 특정 대형주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상장시켰다. 그러나 이는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두 종목이 차지하는 최근 한국 증시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정으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보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고위험 투기 수요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시장을 키우려던 정책이 쏠림을 키운 셈이다. 특정 종목의 가격이 지수와 시장 심리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이러한 상품은 위험을 분산하기보다 오히려 전체 리스크를 증대시켰다.

고위험 파생상품이 시장전체를 좌우하는 대형주에 결합되자 헤지 매매와 단기 매수세가 지수 전반에 영향을 주었고 '음의 복리' 구조는 횡보장에서도 원금을 잠식했다. 지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기만 해도 투자자의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상품의 위험은 개별 투자자의 이해 범위를 넘어섰다. 변동성이 커지자 당국은 신규 상장 중단과 예탁금 상향 등 규제를 잇달아 내놓았으나 이는 왜곡을 해소하기보다 진입 장벽을 높여 일반 투자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데 그쳤다. 문제를 만든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뒤늦은 규제로 시장 유동성만 위축시킨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몇몇 종목이 증시 전체의 금융 자원을 독식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킴으로써 기타 산업 분야의 위축을 가속화시킬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두 사례의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경제에서 정책 당국의 역할은 수요나 공급을 인위적으로 자극하거나 억제해 특정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수급의 원리를 존중하고 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일관된 규칙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규칙이 자주 바뀌거나 특정 결과를 겨냥할수록 시장의 신뢰는 흔들리고 그 비용은 결국 정책이 보호하려던 대상에게 되돌아온다. 결국 두 사례는 선의를 앞세운 개입이라도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국이 성과주의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시장 본래의 효율성이 회복될 수 있다.

김봉즙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 석사. 삼성증권, 현대차, 코나아이 등 국내 금융기관, 제조업 및 IT 업체에서 실무 및 관리 경험을 두루 하였고 현재는 시스템 개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음. '손바닥 경제' 및 '고릴라 게임' 등 공저자 및 공번역. 과거 미국재무분석사(CFA)로도 활동하는 등 경제·재무 분석가, IT 엔지니어.

김봉즙 (주)다리앤다리 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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