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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의 도쿄 시선] 일본이 먼저 겪은 돌봄 위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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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2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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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요즘 한국의 여러 방송과 다큐멘터리에서는 치매나 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부모를 돌보며 삶의 한계에 내몰린 가족들의 이야기가 자주 소개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하는 중년의 자녀들, 하루 종일 부모 곁을 지키며 자신의 건강마저 잃어가는 배우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특별한 사연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노인을 돌볼 사람은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300만 명을 넘어섰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자격증은 많지만 정작 일할 사람은 부족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육체적 부담은 물론이고 이용자와 보호자로부터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 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앞으로 수십만 명의 추가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사람을 새로 양성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일본이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제도를 도입하며 가족에게 집중되었던 돌봄 부담을 사회 전체가 나누는 체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인력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9%에 이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40년까지 약 272만명의 개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보다 수십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냉담하다. 개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가장 큰 문제로 인력 부족을 꼽았고,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농산어촌과 섬 지역에서는 방문개호 서비스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는 있지만 돌볼 사람이 없다. 이동거리는 길고 수익성은 낮아 사업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의 농어촌과 도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돌봄 공백 역시 일본이 먼저 겪었던 모습과 매우 닮은 꼴이다.

일본은 외국인 개호 인력 도입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제도를 통해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정한 조건 아래 방문개호 업무까지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외국인 인력 도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언어 교육과 자격 취득 지원, 생활 상담, 인권 보호 체계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정착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국인조차 떠나는 열악한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돌봄 노동 자체가 존중받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간병과 간호를 이유로 1년 동안 직장을 떠난 사람은 10만명이 넘었다. 돌봄 문제는 복지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여성의 경력 단절, 지방 소멸과도 직결되는 사회 전체의 문제다.

한국 역시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돌봄 부담은 여전히 가족,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의료,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요양보호사의 임금과 근무 환경을 안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폭언과 폭행, 성희롱으로부터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농어촌과 도서 지역에는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공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요양보호사를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숙련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돌봄 로봇이 일정 부분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기록 업무나 야간 모니터링, 이동 지원 분야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노인의 손을 잡아주고, 작은 표정의 변화를 읽어내는 일까지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다. 돌봄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돌봄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 오늘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내일은 나의 부모, 그리고 결국 자신의 문제가 된다. 일본이 25년 넘게 개호보험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는 사람을 충분히 붙잡아 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도로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돌봄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바라본다면 존엄한 노후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지키는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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