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개 대학 절반이 정원 미달… 무너지는 '초급장교의 허리'
AI·IT·방산 인재 유입, 전역 후 K-방산 재취업 연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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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국비가 소수의 사관생도에게 쏠린 사이, 정작 야전 지휘의 허리를 떠받쳐온 ROTC는 108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다. 사관학교와 ROTC가 동시에 무너지는 '이중 위기' 속에서, 폐쇄적 순혈주의를 벗어나 AI·IT·방산 전공 민간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융합형 장교단 개편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 2.7억 vs 1천만 원대… 기형적 예산 배분
본지가 입수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관학교 교육개혁 및 통합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육사 생도 1인당 누적 양성 비용은 약 2억 7000만 원으로, 연세대(1억 5800만 원)·고려대(1억 3200만 원)·성균관대(1억 3000만 원)·한양대(1억 1200만 원)·서강대(약 8400만 원) 등 주요 사립대 4년 교육비의 2~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육군 초급장교의 상당수를 배출해온 ROTC 후보생에 대한 국가 지원은 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한민국ROTC중앙회에 따르면 육사 장교 1인당 양성 비용(2억 4600만 원)은 ROTC 후보생 2년 육성비의 10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ROTC 후보생에게는 사관생도와 달리 4년치 학비 지원 자체가 없다.
단기복무 장려금과 입영훈련비, 교보재비 등을 모두 합쳐도 후보생 1인당 실질 현금성 지원은 1000만 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 108개 대학 절반이 정원 미달… 무너지는 '초급장교의 허리'
ROTC 위기는 예산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뚜렷하다.
현재 육군 ROTC를 운영하는 전국 대학은 108곳에 달하며, 공군 학군단은 1971년 한국항공대 창설 이후 2005년 한서대, 2012년 한국교통대가 추가돼 현재 9개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 1959년 한국해양대에서 시작된 해군 학군단까지 더하면 전국 100여 개 대학이 초급장교 양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방대한 인프라가 사실상 공동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충남 서산·태안)은 2024년 11월 29일 'ROTC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ROTC 지원자 수와 경쟁률은 2019년 1만 1500명(3.2대 1)에서 2020년 7400명(2.8대 1)으로 줄어 1만 명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23년에는 5109명(1.6대 1)까지 급락했다.
108개 대학 중 54곳에서 ROTC 후보생 수가 정원에 미치지 못했고, 서울대(정원 47명·현원 24명), 고려대(정원 56명·현원 28명), 서강대(정원 43명·현원 20명), 한양대(정원 54명·현원 25명) 등 주요 대학도 정원의 절반 안팎만 채우고 있다.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61년간 약 23만여 명을 배출하며 국군 장교단의 근간을 이뤄온 ROTC가 연간 임관 인원은 1995년 4200여 명에서 2024년 2500여 명 수준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초급장교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동화는 곧바로 야전 지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관학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3사관학교 선발 경쟁률은 1.8대 1까지 추락해 사실상 정원 미달 위기에 직면했고, 임관율 역시 자퇴율 상승과 맞물려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의무복무 5년 후 전역하는 육사 출신 장교 비율도 16%까지 늘어나며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2025년 육사 자퇴 인원은 77명으로 전년(35명) 대비 두 배 넘게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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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제 사관학교·ROTC 개별 개선을 넘어, 장교 양성 체계 자체를 다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처럼 사관학교·ROTC·장교후보생학교(OCS)를 병행 운영하거나, 영국의 왕립군사학교식 단기 장교 양성, 독일·캐나다·호주처럼 민간대 학위와 군사교육을 결합하는 방식 등 각국은 저마다 다원적 장교 양성 체계를 갖추고 있다.
육·해·공군 각각의 병과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공통 교육과정과 인프라를 통합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절감된 예산을 ROTC 등 다른 초급장교 양성 축으로 재배분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개혁의 방향성은 예산 재설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사관학교 통합이 ROTC 예산 확충과 함께 가지 않으면 반쪽 개혁에 그친다는 점이다.
2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사관생도 1인당 양성비와 1000만 원대에 머무는 ROTC 후보생 지원비의 격차를 그대로 둔 채 사관학교만 통합하면, 통합으로 절감된 예산이 다시 소수 정예 양성에 재투입될 뿐 108개 대학 절반이 정원 미달 상태인 ROTC 공동화는 해소되지 않는다.
성일종 의원이 발의한 'ROTC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법제화돼 수업료·기숙사비·피복비 지원과 전역자 취업 지원이 예산으로 뒷받침돼야, 삼군사관학교 통합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초급장교 전체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래 전장이 AI·무인체계·유무인복합전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공립·사립대의 AI·IT·방산 전공 우수 인재를 초급장교 자원으로 끌어들이는 개방형 융합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방부는 국방AI인재양성사업 등을 통해 군·산·학 협력센터를 지역거점대학·기업과 연계해 우수 AI 인재를 발굴하고 K-방산 생태계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종대 등 일부 대학은 AI·로봇·통신기술을 융합해 국방 첨단 과학기술 역량과 군사 리더십을 겸비한 장교를 양성하고, 복무 후에는 산업·공공·학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고 있어, 초급장교 복무가 곧 전역 후 K-방산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의 단초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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