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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모품’이 된 신규 간호사, 침묵하는 병원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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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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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지난 15년간 간호대 입학정원은 1만3000여 명에서 2만4000여 명으로 80% 이상 늘었다. 매년 수만 명의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의 인력난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수많은 인력이 공급되는데도 병원은 늘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왜 이런 역설이 반복되는 것일까.

문제는 간호사의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다.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자는 이미 52만 명을 넘어섰지만, 실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취업 간호사는 약 32만 명에 불과하다. 면허를 가진 간호사 10명 가운데 4명은 의료현장을 떠났다. 지금 부족한 것은 신규 간호사가 아니라 병원을 지탱하는 숙련된 경력 간호사다.

정부는 인력 부족의 해법으로 간호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러나 공급 중심 정책은 병원의 이익 중심 경영과 맞물리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 신규 간호사를 언제든 충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자 병원은 근무환경을 개선하거나 경력 간호사를 붙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숙련된 간호사를 오래 유지하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이지만, 정원 확대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신규 간호사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채용해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하고, 퇴사하면 다시 채우는 방식이 병원 입장에서는 훨씬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신규 간호사였다. 충분한 교육과 보호를 받아야 할 신규 간호사들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준비되지 않은 채 병동에 투입됐다. 교육을 담당해야 할 선배 간호사들은 이미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고, 남아 있는 경력 간호사들조차 자신의 환자를 돌보기도 벅찼다. 결국 가장 경험이 부족한 간호사가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신규 간호사의 죽음을 목격했다. 과도한 업무와 극심한 압박, 충분하지 않은 교육,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속에서 젊은 간호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반복됐다. 이는 개인의 적응 실패도, 개인의 약함도 아니다. 병원이 안전한 교육환경과 적정 인력을 마련하지 못한 조직의 실패이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구조적 참사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이 반복될 때마다 병원은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병원은 경영 성과에는 철저한 책임을 이야기하면서도 병원 안에서 반복되는 간호사의 소진과 죽음에는 책임을 회피해 왔다. 생명을 지키는 공간인 병원에서조차 간호사의 생명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

신규 간호사가 무너지는 동안 그 부담은 모두 경력 간호사에게 전가됐다.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교육까지 책임져야 했던 경력 간호사들은 극심한 소진 끝에 현장을 떠났고, 병동에는 숙련된 판단력과 임상 경험을 갖춘 인력이 점점 사라졌다. 결국 경력 간호사의 이탈은 다시 신규 간호사의 교육 부실과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간호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경력 간호사의 임상 경험과 판단력은 환자의 골든타임을 좌우하는 핵심 전문성이다. 이러한 숙련 인력이 사라진 병동은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감염, 낙상, 중증화,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제는 더 많은 신규 간호사를 배출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한 것은 경력 간호사가 떠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일이다. 그 출발점은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병원은 최소 인력 운영으로 비용만 줄이는 경영을 계속할 수 없고, 신규 간호사 교육과 적정 근무환경 조성, 경력 간호사 유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규 간호사 교육 체계의 제도화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보호 시스템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간호사는 병원의 비용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전문 인력이다. 정부가 간호사를 숫자로만 관리하고 병원이 사람을 비용으로 계산하는 한, 경력 간호사는 계속 떠나고 신규 간호사의 희생은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간호사가 안전하지 않은 병원에서 환자의 안전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의 지속 가능성은 더 많은 간호사를 배출하는 데 있지 않다. 숙련된 경력 간호사가 현장을 지키고, 신규 간호사가 보호받으며 성장하고, 병원이 생명의 가치를 수익보다 앞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부와 병원은 이제 간호사를 '줄여야 할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반복되는 간호사의 희생을 멈추고 대한민국 의료의 진정한 안전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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