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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법정에 제출된 해외문서…공판검사가 밝혀낸 6500억 사기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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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7.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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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윤 인천지검 부천지청 공판검사
해외자금 수수료 속여 3억원 가로채
재판 중 피고인 제출 문서 오류 발견
보완수사로 위조 확인해 피고인 구속
최창윤 부천지청 검사
최창윤 인천지검 부천지청 공판검사(변시 14회)가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해외 기관 명의의 위조 문서를 앞세워 재판부까지 속이려 했던 수억원대 사기 사건의 실체가 초임 검사의 집요한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기록 속 작은 오류를 단서로 직접 보완수사에 나선 검사는 위조 문서의 실체와 해외 금융사기 조직 연계 정황을 밝혀냈고, 그 결과 피고인들은 재판 도중 구속됐다.

사건은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4월 인천지법 부천지원 한 법정에서는 한 사기 사건의 4차 공판이 한창이었다. 피고인 A씨(61)와 B씨(56)는 5억 달러 규모(약 6500억원)의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고령의 피해자 C씨(78)를 속여 3억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OO에셋'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대표와 상근감사로 활동하며 영국국립범죄수사청(NCA) 등 해외 기관이 자금을 검증했다는 문서와 거액의 잔고증명서를 내세워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돈을 빌리면 즉시 변제하고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도 시세보다 비싸게 매수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판검사로 법정에 들어선 최창윤 검사(변호사시험 14회)는 준비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해외 기관 명의 문서들에서 오류를 발견한 상태였다. 최 검사는 올해 2월 형사부에서 공판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전임자로부터 해당 재판의 공소유지를 넘겨받았다.

최 검사는 피고인들이 제출한 문서 중 NCA 문서에 적힌 '자금세탁방지국(OPBAS)'이라는 기관명에 주목했다. OPBAS는 영국금융감독청(FCA) 산하 조직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청 공문에 금융위원회 산하기관 명칭이 함께 적힌 것과 같았다.

검사 임관 전 6년간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며 영국 금융감독 체계를 조사했던 최 검사는 문서를 하나씩 번역하며 진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미국 재무부 문서에는 현직 재무장관은 물론 전직의 이름도 함께 서명권자로 기재돼 있었고 미국 트루이스트은행 고객센터 이메일 주소도 공식 주소와 달랐다.

오류를 수차례 확인한 최 검사는 4차 공판에서 피고인을 직접 신문하며 해외 자금의 실존 여부를 추궁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태연했다. "저 문서들은 실제 해당 기관에서 발급받은 것입니다. 기관 직인도 다 찍혀 있지 않습니까. 위조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십시오. 범죄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 아닙니까."

방청석에는 피해자 C씨가 홀로 앉아 있었다. C씨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가슴을 두드리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재판이 끝나자 불구속 상태였던 피고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법정을 빠져나갔다.

최 검사에게 이날은 단순한 공판기일이 아니었다. '저 문서가 진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공판이 끝난 직후 그는 위조 여부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는 피고인들의 변론종결 기일이 2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평균 7~8개월 소요되는 해외 기관과의 공조 대신 피고인들이 제출한 문서를 역으로 검증해 나갔다. 국내 D 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과 대검찰청 서명감정을 통해 위조 정황을 입증했다.

이후 피고인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위조 문서와 해외 금융사기 조직과의 연계 정황을 확보했다. 최 검사는 이를 근거로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추가해 피고인들을 구속했다. 보완수사 약 1달 반 만이었다.

아울러 최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C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 E씨를 발견했다. 그러나 E씨는 이미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였다. 최 검사는 유족 진술을 통해 E씨가 생전 피고인들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 받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었고 결국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기소 이후 공판 단계에서도 보완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와 피해 사실을 확인하며 범죄의 실체를 끝까지 규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최 검사는 "기소 전에만 보완수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기소 후 재판 단계에서도 피고인들은 끊임 없이 범죄 행위를 하는데 검사에게 수사 권한이 없다면 피해자들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국가기관이 개인이나 법인의 자금을 인증하는 문서를 발급하는 일은 없다"며 "해외 기관 명의의 문서를 내세워 거액 자금의 국내 반입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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