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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이장 10명 중 9명은 남성…인권위 “여성 참여 막는 ‘세대주’ 규정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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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8. 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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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이장 선출·임명 10만7945회 중 남성 90.61%·여성 8.43%
일부 지역 ‘세대주’에 의결·추천권…인권위 “여성 참여 제한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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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아시아투데이DB
최근 10년간 전국 농어촌 지역에서 선출·임명된 이장 10명 중 9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총회 의결권이나 이장 후보 추천권 등을 세대주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남성을 가구 대표로 여겨온 관행과 맞물려 여성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4일 읍·면을 둔 기초자치단체장과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성평등가족부 장관 등에게 이장 선출·임명 과정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19일 표명했다.

이번 조사는 2023년 전북 한 지역에서 제기된 진정에서 시작됐다. 해당 마을에서는 60년 동안 여성 이장이 선출된 적이 없었고 여성 주민이 이장 후보로 추천된 전례조차 없었다. 이장 추천권을 가진 마을개발위원회에도 여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당시 시정을 권고한 뒤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가 107개 기초자치단체, 1093개 읍·면의 2만8517개 행정리를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이장 선출·임명은 모두 10만7945회 이뤄졌다. 이 가운데 남성은 9만7812회로 90.61%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9104회로 8.43%에 그쳤다. 지역별 여성 이장 비율은 경남이 11.58%로 가장 높았고 제주가 2.54%로 가장 낮았다.

조례나 규칙에서 여성이 이장이 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제한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겉으로 성별과 무관해 보이는 '세대주' 규정이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총회 참석권이나 의결권, 후보 추천권을 '세대주' 또는 '세대주의 위임을 받은 1인', '세대 대표 1인'에게 부여했다. 일부 마을 정관 역시 회원 자격과 선거권·피선거권 등을 세대주나 세대별 1명에게 한정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기준이 외형상 성별 중립적이더라도 농어촌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구 대표이자 세대주 역할을 맡아온 관행과 결합하면 여성의 투표권과 의사결정 참여를 제한하는 간접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을개발위원회 등 주요 기구와 비공식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여성들이 이장 선출 과정에 진입하는 단계부터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는 여성 이장 비율이 낮은 원인을 세대주 규정 등에만 돌릴 수는 없다고 봤다. 오랜 사회·문화적 관행과 가사·돌봄 부담의 성별 불균형, 남성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 여성의 리더십 형성 경로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기초자치단체에 여성 주민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마을회 정관도 성평등한 방향으로 정비하도록 했다. 행안부에는 이장 선출·임명 관련 조례와 규칙, 성별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행안부·농식품부·성평등가족부에는 성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마을회 정관 표준안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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