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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문지르고, 기억을 잇다…서도호 30년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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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8. 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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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개인전…작품·아카이브 500여 점
'러빙/러빙'부터 '완벽한 집'까지 공간·이동·기억 탐구
MMCA 서울_서도호_전시 전경 01
'서도호'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현대미술가 서도호의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27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3·4·5전시실과 MMCA스튜디오, 서울박스에서 '서도호'전을 개최한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작품과 아카이브 500여 점을 선보인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도호는 조각과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공간과 기억, 이동, 정체성,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특히 자신이 살아온 집과 그 안의 건축적 요소를 작품으로 옮기면서 '집'을 개인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확장해왔다.

4전시실에서는 대표 연작 '러빙/러빙'을 만날 수 있다. '러빙/러빙: 서울 집'은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의 벽과 문, 창호, 기둥 등에 종이를 대고 흑연과 색연필 등으로 표면을 문질러 공간의 형태와 질감을 기록한 작업이다. 각각의 표면을 채집한 뒤 이를 다시 연결하고 배열해 실제 공간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만들었다.

러빙러빙_서울 집
서도호의 '러빙러빙_서울 집'. /국립현대미술관
'러빙(rubbing)'은 단순히 건축물의 형태를 복제하는 기법이 아니다. 작가의 몸이 공간을 직접 접촉하고 이동하면서 장소의 물질적 정보를 채집하고 기억하는 과정이다. '문지르다'와 '사랑하다'의 발음적 유사성에서 비롯된 작품명처럼 사라져가는 장소에 대한 기억과 애도의 의미도 담긴다. '러빙/러빙: 서울 집'이 개인과 가족의 기억을 다룬다면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간을 문지르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5전시실에서는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을 선보인다.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살았던 집의 문손잡이와 자물쇠, 수도꼭지, 전등 스위치와 콘센트 등 건축적 요소를 하나의 공간에 겹쳐놓은 작품이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이 하나의 집에 중첩되면서 집을 고정된 장소가 아닌 기억과 이동에 따라 재구성되는 공간으로 보여준다.

서도호 작가 사진_Photography by Gautier Deblonde.
서도호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공용공간에서는 서울·뉴욕·베를린·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거주했던 집의 복도와 문, 방 등을 하나의 연속된 건축으로 구성한 '둥지/들'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작품 안을 직접 걸으며 서로 다른 장소의 기억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한 작업이다.

12월 18일부터는 서울박스에서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별도 전시가 시작된다. 서울박스 전시는 내년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서도호는 집과 이동, 기억과 정체성을 화두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공간과 기억의 관계를 폭넓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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