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데스크 칼럼] 日 ‘두 집 살기’ 권하는데…韓 두 채면 투기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9020100007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9. 03. 06:45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1가구 2주택' 지방소멸 시대에 장려해야
최영재 최종
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에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한국과 정반대인 풍경을 자주 만난다. 한국에서는 집을 두 채 가지면 우선 '다주택자'라는 이름표부터 붙는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투기 수요인지 의심받고 세금과 대출 규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히려 생활 거점을 두 곳에 두고 살라고 국가가 권한다. 일본에는 '두 지역 거주(二地域居住)'라는 공식 정책이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4년 '광역적 지역활성화를 위한 기반정비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개정법은 2024년 5월 22일 공포됐고 1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법 개정 목적 자체가 '두 지역 거주의 촉진을 통해 지방으로의 사람 흐름을 창출·확대하는 것'이라고 국토교통성이 명시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왜 이 정책을 하는지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성은 현재 공식 정책 페이지에서 "국가 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모든 지역에서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주된 생활거점과 별도로 특정 지역에 또 하나의 생활거점을 두는 '두 지역 거주'를 통해 지방으로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도쿄에 직장과 생활기반을 그대로 두고 지방에도 또 하나의 생활거점을 마련해 두 지역을 오가며 살자는 것이다. 단순한 별장이나 주말여행과 다르다. 두 지역 모두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늘려 소멸하는 지방을 살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인구정책이다. 최근 도쿄에서 인터뷰한 자민당 츠루호 요스케 의원은 이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정치인이다. 일본 정부는 2024년 관련법까지 개정해 두 지역 거주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본 지방을 취재하다보면 왜 이런 정책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재한 쌀산지 야마가타현에서는 이미 농민이 나이 들고 사람이 없어 쌀농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었다. 사람이 줄면 학교와 병원이 사라진다. 상점과 버스도 사라진다. 빈집이 늘어나고 결국 마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찾아낸 답 가운데 하나가 '한 사람이 두 곳에서 살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일본을 취재하다 최근 한국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일보가 '1가구 2주택 갖기' 캠페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듣는 순간 일본의 두 지역 거주 정책이 떠올랐다. 부산의 집값을 띄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 생활기반을 둔 사람이 부산에도 집을 갖고 두 도시를 오가며 살도록 하자는 발상이다. 수도권 인구를 억지로 지방으로 이주시키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문제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1가구 2주택'을 투기의 언어로 다뤄왔다. 이유가 있었다. 수도권과 인기 지역에서 주택을 여러 채 사들이는 것이 집값 상승과 자산 격차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런 투기 수요를 규제할 필요성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소멸 시대에도 '모든 두 번째 집'을 '같은 눈'으로 봐야 할까?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과 서울에 한 채, 인구가 줄어드는 부산이나 지방도시에 한 채를 가진 사람은 똑같은 다주택자인가? 한쪽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 문제이고 다른 쪽에서는 사람이 떠나 빈집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서로 정반대의 병을 앓고 있는데 같은 처방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도 이미 조금씩 예외를 만들고 있다. 일정한 인구감소지역에서 주택을 추가로 취득할 경우 기존 1주택자에게 세제상 특례를 주는 제도가 도입됐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지방 소멸의 속도를 생각하면 '예외' 수준을 넘어 주거정책 자체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두 지역 거주 정책에서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을 데리고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서울의 생활기반을 유지하면서 부산에서 일주일, 한 달, 혹은 계절의 일부를 살아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격근무와 고속철도, 항공망이 발달한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 사람이 지방에서 밥을 먹고 장을 보고 이웃을 만나고 세금을 내기 시작하면 관광객과는 다른 지역의 생활인구가 된다.

부산에서 시작되는 '1가구 2주택' 운동을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설계한다면 부동산 캠페인이 아니라 한국판 두 지역 거주 운동이 될 수 있다. 물론 경계선은 명확해야 한다. 투기 지역의 두 번째, 세 번째 주택까지 지방 소멸을 명분으로 규제를 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거주와 지역 체류를 전제로 하고 대상 지역과 주택가격 등에 엄격한 기준을 두면 된다. 지방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시대다. 이제 두 번째 집은 투기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지방으로 움직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