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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2, 3시 하교’ 명분은 있지만 곳곳서 암초…교육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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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승인 : 2026. 09. 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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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국회서 정책포럼 개최 "수업시간 단계적으로 확대…돌봄공백·사교육비 완화"
교원단체, 피켓시위 반발 "돌봄정책 이미 있어…학부모 근무시간 조정 선행돼야"
초저학년
국가교육위원회가 3일 진행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 유튜브 생중계 캡쳐/국교위 유튜브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 학생의 하교 시각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을 놓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3일 국회도서관에서 관련 정책 포럼을 열고 구체적인 수업시수 확대안을 내놓자, 교장단체와 교원단체가 일제히 반발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포럼 안에서도 토론자들의 우려가 쏟아지면서, 향후 정책화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3시 하교' 논의의 출발점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닥치는 '돌봄 공백'이다. 어린이집·유치원 때는 저녁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던 맞벌이 가정이, 초등학교 1·2학년 정규수업이 오후 1시 전후에 끝나면서 부모의 퇴근 때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돼 왔다. 이에 지난 정부에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초 2025년 예정이던 '늘봄학교'(오전 7시~오후 8시 운영)를 1년 앞당겨 2024년 전국 시행한 바 있다.

3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 이같은 돌봄공백 해소와 사교육비 절감이 가장 큰 명분으로 거론됐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발제를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의 쟁점과 과제' 발제를 통해 정규수업 자체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당 수업시수를 단계적으로 확대(1단계 초3~4학년 수준, 2단계 초5~6학년 수준)하고 특히 초1·2학년에 영어 조기교육을 도입하는 안도 포함했다.

수업 시수 증가에 따른 담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5000여명의 교원을 추가 배치하고 1인 담임체제에서 전담교사 및 협력교사 등과 팀을 이뤄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팀'으로의 체제 전환 구상도 내놨다.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차기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도입하도록 했다.

국회미래연구원 황인혁·성문주 부연구위원은 통계로 뒷받침했다. "한국 초등 1·2학년 수업시간(581시간)은 OECD 평균(815시간)보다 28.7% 적다"는 점, 자녀의 초등 입학 시점에 어머니 육아휴직률이 12.5%로 다시 급등한다는 점, 초1·2학년 사교육 참여율(교과 33~34%, 예체능 42.6%)이 고학년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수업시수 확대는 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3시 하교제) 반대 1인시위 사진_1
교총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제 반대 1인시위 모습/교총
◇"1·2학년, 의자에 앉아 있지도 못해", "학부모 근무시간 조정 선행돼야"
하지만 교육계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교사들의 업무량이 과도해진다는 점 뿐 아니라, 부모들의 돌봄 시간 확보를 위해 '유연근무제'나 '육아휴직' 등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등교장 모임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한초협)는 입장문을 통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3시 학교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너무 많은 업무와 책임이 가중돼 앞으로 누가 1·2학년 담임을 맡으려 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교원단체들 역시 즉각 반대 성명을 내놨다. 교사노조연맹은 "정규수업을 늘려 3시경 하교하더라도 부모 퇴근시간까지 돌봄 공백은 그대로 남고, 학원 이용 시작 시간만 늦춰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선(경기 둔전초 교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부회장은 "정부는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에 이미 상당한 정책적 역량과 예산을 투입해왔고 학교 밖에도 지역 돌봄 체계가 있다"며 "수업 시간을 늘리기 전에 기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프로그램의 질·전문인력·지역격차·접근성의 문제를 먼저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초 1·2학년들은 점심 이후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자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한다"며 "발달단계상 부모와의 정서교류,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정책이 선행돼야지 그런 정책 없이 학교에 모든 것을 전가시키는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우려는 포럼에서도 쏟아졌다. 지정토론에 나선 4명의 토론자 모두 발제의 논리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조장우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조직위원장은 "'수업시간이 OECD 평균보다 적다→돌봄 공백이 생긴다→그러므로 수업시수를 늘리자'는 논리에는 비약이 있다"며 "돌봄 공백이 문제라면 왜 돌봄시간을 늘리지 않고 수업시간을 늘리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소영 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은 통계 근거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발제가 인용한 OECD 평균 845시간은 수업시간이 짧은 일부 국가군이 제외돼 상향된 수치이며, 공식 초등 평균은 약 804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사노조 설문을 인용해 "교원 82.5%가 이번 논의를 '맞벌이 돌봄 지원 목적'으로 체감하고 있고, 저학년 담임교사 70.7%는 '휴게시간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정규수업을 늘려도 부모 퇴근시간(오후 6~7시)까지 2~3시간의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재욱 전교조 전북지부 교권국장은 "정규수업, 늘봄, 방과후가 모두 '교육시간 확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면 정책의 목적도 책임 주체도 불명확해진다"며 "교원 증원과 공간 확보, 책임 분리 등은 확대와 함께 갈 부대조건이 아니라 확대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갖춰야 할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 대표로 나선 심소희씨는 "돌봄 공백은 맞벌이·저소득 가정에 집중되는 선별적 문제인데 수업시수 확대는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수단"이라며 "재정의 상당 부분이 문제를 겪지 않는 대상에게 흘러가고, 정작 필요한 가정엔 충분히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 대상 조사에서 국어 시수 확대 반대가 68.3%, 수학이 73.2%로 나타났다"며 "교사가 반대하는 정책은 교실에서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이번 포럼에서 나온 방안을 토대로 차기 교육과정 개정 시점에 맞춰 시행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발제 단계에서부터 지정토론자 전원이 이견을 제기하고 교장·교원단체까지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질적인 정책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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