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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5조원대 철도 등 49개 사업 ‘청구서’…재원·우선순위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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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09. 0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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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안 27건·국도비 건의 22건, 광역철도 2건만 5조7418억원
지방비 분담·사업성·착공 시기 불투명, 장기계획 상당수 ‘희망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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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양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정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국회의원과 경남도·시의원 등이 주요 현안, 국·도비 건의사업을 논의하고 있다./양산시
경남 양산시가 광역철도와 도시개발, 문화·체육시설 등 49개 사업을 정치권에 한꺼번에 제시하며 국·도비 지원을 요청했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등 철도 사업 2건에만 5조7418억원이 필요하지만 지방비 분담 기준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착공까지 수년이 남았거나 중앙정부 승인과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사업도 적지 않다. 양산시가 민선 9기 시정 목표로 '책임과 성과'를 내걸었지만, 정작 어느 사업을 먼저 추진하고 재정 여건이 악화할 경우 무엇을 조정할지에 관한 설명은 빠졌다. 실행계획보다 대형 사업 목록을 앞세운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양산시는 4일 오후 시청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도·시의원을 초청해 시정간담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시장과 부시장, 국·소장 등 시 관계자 41명과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 29명, 언론인 등 모두 80여 명이 참석했다.

시는 이날 정책현안 27건과 국·도비 건의사업 22건 등 총 49개 사업을 정치권에 제시했다. 배포 자료는 일반현황과 민선 9기 시정 비전, 정책현안, 국·도비 건의사업 등을 포함해 100쪽이 넘었다. 담당 국·소장들은 이 가운데 핵심 현안 16건을 추려 추진 상황과 향후 일정, 애로 사항을 설명했다.

회의장 전면에는 민선 9기 시정 목표인 '화합과 성장, 대도약 양산'이 내걸렸다. 시는 균형발전과 혁신경제, 부·울·경 중심 허브도시, 생활복지, 문화관광 등 5대 목표와 함께 '책임과 성과'를 시정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사업 규모와 추진 기간을 고려할 때 이날 제시된 내용은 성과를 담보할 실행계획이라기보다 중앙정부와 경남도, 정치권에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 목록에 가까웠다. 수조원대 광역철도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문화·체육시설까지 성격과 시급성이 다른 사업들이 한꺼번에 포함됐지만 사업별 우선순위와 연도별 재정 투입계획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다. 부산 노포에서 양산 웅상을 거쳐 울산 KTX역을 잇는 총연장 47.4㎞의 단선 철도로, 11개 정거장을 설치하는 데 2조7406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시는 사업 기간을 2021년부터 2030년까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본계획 승인 목표가 2027년 12월이고 실시설계는 2028∼2029년에 예정돼 있다. 행정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착공과 준공 일정이 촉박하다. 기본계획 승인이나 설계, 관계기관 협의가 늦어지면 실제 공사는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핵심인 지방비 분담 문제도 풀리지 않았다. 사업비는 국비 70%, 지방비 30% 구조지만 부산·울산·경남이 지방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눠 부담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노선 길이와 정거장 수, 예상 이용객, 지역별 수혜 범위를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양산시는 자체 재정만으로 대규모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중앙정부와 경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조기 착공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업 추진을 좌우할 지방비 규모와 분담 주체는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울산 KTX역에서 양산 북정·물금을 거쳐 김해공항을 연결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도 총연장 54.6㎞, 총사업비 3조12억원 규모다. 시는 2027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기본계획 수립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사업 완료 시점은 2036년이다.

이 사업 역시 예비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설계, 재원 협의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두 광역철도 사업의 추산 사업비만 합쳐도 5조7418억원이다. 향후 물가와 자재·인건비 상승, 설계 변경 등이 반영되면 총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구체적인 일정과 기관별 부담 비율이 제시된 사업도 있다. 물금역 시설 개선·증축사업은 역사와 승강장, 연결통로 등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62억5100만원이다. 한국철도공사가 60%, 양산시가 40%를 부담한다.

시는 2027년 1월 기존 역사를 철거하고 임시 역사를 운영한 뒤 같은 해 12월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사 기간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임시 역사 운영과 승강장 동선 관리 등이 과제로 꼽힌다.

인구 증가에 따른 공무원 증원 요구도 건의안에 포함됐다. 시에 따르면 양산 인구는 2021년 36만332명에서 2025년 37만2318명으로 1만1986명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행정안전부가 인정한 기준인력 증원은 25명에 그쳤다.

시는 행정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인력을 현행 1376명에서 1454명으로 78명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기준인건비도 1400억원에서 1494억원으로 94억원 증액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인구 증가와 도시 규모 확대에 따른 증원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인력 확대가 행정서비스 개선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배치계획과 성과 지표는 이날 발표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시설 건립계획도 줄을 이었다. 동부양산 실내수영장은 총사업비 353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시가 제시한 착공 시점은 2029년, 준공 목표는 2031년이다.

양산시립미술관 건립과 통도사 문화공간 조성, 낙동선셋 바이크파크, 양산수목원, 황산지방정원 조성사업 등도 정책현안 목록에 포함됐다. 시설 건립비뿐 아니라 개관 이후 매년 발생하는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예상 이용객, 기존 시설과의 기능 중복 여부 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치권의 지원 확보에 무게가 실렸다.

개발·교통 분야에서는 부산대 양산캠퍼스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과 양산 증산지구 도시개발, 사송 하이패스 양방향 설치, 부산도시철도 양산선 적기 추진, 동부행정타운 조성 등이 제시됐다.

사업마다 추진 단계와 시행 주체, 재원 구조가 다르다. 중앙정부 승인과 국비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 있는가 하면 한국철도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도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나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머문 사업과 준공 일정을 확정한 사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성과로 제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49개 사업의 타당성과 재정 부담, 지연 가능성을 따지는 검증보다 '화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여야를 떠나 "우리 모두가 양산당"이라며 지역 정치권의 지원을 요청했다. 시의회 측도 시와 의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로 협력을 강조했다.

정치권과 집행부가 지역 현안 해결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은 있지만, 의회가 집행부 사업의 타당성과 예산 집행을 견제해야 할 기관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협력만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조원대 장기사업일수록 사업성 검증과 재정 통제, 단계별 책임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의회 의장이 언론 보도에 관해 한 발언도 논란을 자초했다. 의장은 현장에서 언론을 향해 "좋은 기사는 많이 쓰고, 좋지 않은 것은 좀 안 써야 양산시가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과 행정 집행을 감시해야 할 언론에 사실상 비판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우호적인 보도만 주문한다면 시정에 대한 검증과 감시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양산시가 제시한 49개 사업이 모두 확정된 것도 아니다. 상당수는 중앙정부의 정책 판단과 국비 반영, 예비타당성조사,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착공까지 수년이 남은 사업이 있고 지자체별 부담액이나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은 사업도 있다. 정치권이 지원을 약속한다고 해서 곧바로 예산 확보와 착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무엇보다 시의 재정 능력 안에서 어떤 사업을 우선 추진할지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다. 시급성·경제성·시민 편익·재정 부담을 기준으로 사업의 순서를 정하고, 국·도비 확보에 실패하거나 사업비가 늘어날 경우 어떤 사업을 축소·조정할지도 공개해야 한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증가했을 때 책임질 주체와 점검 방식도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49개 사업을 한꺼번에 펼쳐놓는 것만으로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재원과 일정, 우선순위가 빠진 대형 사업 목록은 대도약을 위한 실행계획이 아니라 정치권을 향한 청구서이자 희망 목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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