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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경기도 변두리로 내몰리는 전세난민

서울서 경기도 변두리로 내몰리는 전세난민

기사승인 2014. 11. 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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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성수(40)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으로 이사했다. 출근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늘어나지만 그 정도 불편쯤은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전세로 살던 아파트의 집 주인이 전세값을 1억원 정도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른 가격 전부를 월세로 낼 것을 요구해 김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 주변으로 이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지만 주변 아파트시세들도 이미 그 이상 올라있는 상태였다. 결국 김씨는 이삿짐을 꾸려 서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치솟는 전세 가격에 집 없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년 마다 더 작은 집을 찾아 서울을 전전긍긍하던 서민들이 이제는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 지역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 재건축 등 수요는 늘어 집없는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월세 전환추세가 더 가팔라져 전세난민들을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은 0.33% 오르며 9월(0.31%)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세매물 부족에 가을 이사철이란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최근 6개월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도권(0.45%)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저렴한 외곽지역과 그동안 소외 받았던 중·대형 주택으로까지 전세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세가격의 고공비행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전국과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각각 69.6%와 65.2%로 전월보다 0.2%포인트와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풀리지 않는 전세난의 원인으로 △신규입주물량 감소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 △저금리 기조 △월세 전환 증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저금리와 월세 전환 증가가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 2% 선으로 떨어진 초저금리가 주택 임대차 시장의 패턴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세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수도권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절반 정도가 월세를 포함한 반전세 형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면적 59㎡ 안팎 소형 아파트의 월세 전환 속도가 85㎡ 초과 아파트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니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 매물을 찾기도 어렵고, 찾더라도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주거비 부담의 급격한 상승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 서울시민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평균 13.6%에서 32.4%로 오른다.

더 큰 문제는 전세난이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12월 전국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1만7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3만2463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12월 입주 물량 가운데 가장 적다. 특히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 입주 물량은 35.1%나 줄어든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입주 물량(10만8144가구)도 올 상반기(13만505가구)대비 17.1%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세입자들의 전셋집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삐풀린 전셋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하는 주택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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