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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大馬不死). 대한민국 재계 역사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나왔던 논리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어김없이 대마불사가 등장해 기업들을 비호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마불사가 오너나 노조 등 조직 내에서 신념이나 보험으로 자리할 때다.
“몇 명이 입이 달려있는 데 모른척 하겠어?”, “우릴 버리면 지들로 손해야. 어차피 살릴 수밖에 없을 걸.”
이 같은 프레임이 조직에 씌워질 경우 생존은 차후의 문제가 된다. 저쪽보다 한 가지 더 가져가야 된다는 땅따먹기 싸움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시대는 바꿨다. 쓰러지는 기업, 부실 사업장에 내 세금, 국민 혈세를 쓸 수 없다는 인식은 대마불사가 낡은 시대의 관습임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다. 이들은 각각 시장 철수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고 있다.
다행히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한국지엠은 이달 중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완료할 경우 GM의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명분을 없앨 수 있다. 금호타이어도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안을 이달 26일까지 합의 할 경우 1조3000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동시에 이자율까지 낮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측과 노조 모두 팽팽한 입장을 달리고 있다. 양보와 희생은 찾아볼 수 없다. 사태를 냉정히 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경쟁력을 갖추자는 주장은 소수의 의견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일이다. 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자(愚者)’가 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