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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닥터 존재’ 최숙현 사망 전에 알아놓고… 대한체육회, 왜 거짓말 하나?

‘팀닥터 존재’ 최숙현 사망 전에 알아놓고… 대한체육회, 왜 거짓말 하나?

기사승인 2020. 07. 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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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진술서 내용, 수사 진행되고 있어 공개 못하지만 상부기관·국회에는 이미 보고해"
발언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고 최숙현 선수의 폭행·가혹행위를 주도한 가해자, ‘팀닥터(운동처방사)’ 안모씨가 최 선수의 사망 사흘 전 대한체육회에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안씨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힌 대한체육회에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8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23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연락해 또 다른 가해자인 김 모 감독은 죄가 없다는 취지의 자필 진술서를 보냈다.

그는 진술서를 통해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술을 마시고 최 선수의 뺨을 몇 차례 때린 사실이 있다”며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안씨는 “폭행 사유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술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경주시청 선수들과 감독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고, 김 감독이 누명을 쓰지 않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이기홍 대한체육회 회장은 “안씨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 선수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대한체육회가 안씨의 존재를 미리 인지했음에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대한체육회가 늑장·부실 대응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술서와 관련한 사실을 일부러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안씨의 진술서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또한 진술서에 대해 상부 기관에 보고했으며, 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광위) 긴급 현안 질의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안씨는 애초에 대한체육회의 조사대상이 아니었으며, 최 선수의 신고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대한체육회는 진술서와 관련해 상부기관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역시 6일 문광위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최 선수 사건에 대해 인지했다”며 “유족과 국민께 마땅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문체부와 경주시청 등에 여러 차례 공식적인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이들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외면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비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 선수의 아버지는 지난 2월6일 경주시청 체육진흥과에 가혹행위 피해에 대한 민원을 처음 제기했지만, 경주시는 김 감독과 안씨 등 5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담만을 실시했을 뿐이다.

이에 최 선수는 직접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그의 아버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경주경찰서만이 조사에 나섰고, 나머지 협회들도 부실한 대응을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8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팀 내 가혹행위 사건을 수사하는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명의 피해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파악된 전·현직 피해선수는 모두 17명이다. 또한 경북 경주시체육회는 안씨를 성추행,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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