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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1등의 고뇌… 삼성전자의 끝없는 위기와 도전

②1등의 고뇌… 삼성전자의 끝없는 위기와 도전

기사승인 2020. 12.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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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승부 나선 삼성전자]
합종연횡 시대 경영환경 안갯속
美·中 등 경쟁사 5G폰 대공세
전장·AI 사업 부진은 고민거리
G2 갈등에 사법리스크가지 첩첩
뉴삼성 성장동력강화 과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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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 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누구의 발언일까. 현 상황이 불확실한 위기 상황이라고 하며 시간이 없다고 멈추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 사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에 처했거나 시장의 후발주자로 선구자들을 따라가기에 조바심이 난 듯 보이는 이 사람은 ‘세계 1위 전자기업’ 삼성전자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해 12개 품목의 글로벌 1위를 석권한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 같은 기업 총수 이 부회장이 입버릇처럼 위기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에게는 엄살로 비칠 수 있는 1등 강박관념, 위기의식은 이 부회장의 숙명과도 같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신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가업을 지켜야 한다는 고뇌, 한국 연간 수출액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을 꼭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이다.

그의 부친 고(故) 이건희 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1등의 무거움도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을 부추겼을 것으로 풀이된다. 강인하기로 유명했던 이 회장은 2008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특검 6차 공판 도중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제품 중 11개가 세계 1위인데 1위는 정말 어렵다. 그런 회사를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된다”고 말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부친이 눈물까지 흘리며 토로한 세계 1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부회장에게 ‘글로벌 점유율 1위’ ‘역대 최대 매출’ 등의 소식은 ‘승전가’라기 보다 다시 전투에 나가라고 하는 ‘진군가’로 들릴 법하다. 이 부회장이 유달리 실적 발표일 현장경영에 몰두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영원한 1등 없다”...스마트폰·메모리
‘독보적인 1위’를 자부할 수 없을 만큼 날로 치열해져가는 시장 환경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1위 쟁탈전이 치열해 “영원한 1등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애플에, 올 2분기는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뺏겼다. 1%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려났지만, 언제라도 경쟁사가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요소다. 업계는 5G 스마트폰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지키려면 중국 시장을 꼭 잡아야 하는데, 한때 20%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현재 1%로 미미하다. 반면 애플의 경우 외산폰의 무덤 중국에서 유일하게 1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해 5G 스마트폰 확산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공백이 무색할 만큼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현지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부분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 간 활발한 인수합병(M&A)도 메모리 반도체의 독보적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사의 낸드 사업 부문을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것은 최근 반도체 업계의 M&A가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7월 미국 반도체 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가 경쟁사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 인수에 합의한 데 이어 9월 그래픽처리장치(GPU) 글로벌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지만 삼성전자의 M&A 시계는 멈춘 상태다.

◇전장? AI? 성과 안 보이는 ‘미래먹거리’
아직 이렇다 할 미래먹거리 성과가 없는 점도 삼성전자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자동차 부품, 인공지능(AI), 5G 등의 세계 정상 입지를 위해 광폭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해 2030년 세계 최고의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33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은 17.4%로 53.9%를 점유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36.5%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진다. TSMC의 점유율이 삼성전자 점유율의 3배를 넘어설 만큼 독보적이다. 32%였던 2분기 격차보다 더 벌어진 점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심기일전이 절실하다.

이 부회장이 2017년 인수한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Harman)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설정하고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금액으로는 최대인 9조3700억원을 들여 하만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는 인수 4년차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시장 악화 등으로 하만은 올 상반기 28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AI 분야도 가시적 성과가 없긴 마찬가지다.

이 외에 미·중무역갈등, 정부의 각종 규제 등 자체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삼성전자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점도 위기로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현재 위기를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전, 스마트폰, 전장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는 반도체 사업을 보완해 사업 전반의 안정감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업적 위기와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맞물리며 난관을 헤쳐 나갈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전적으로 기업 경영에 집중하지 못해 사업 전반의 흐름을 통찰할 수 없다는 점은 현재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벌 총수가 아닌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를 통해 기업을 관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과연 그들이 리스크가 큰 미래 사업에 투자하고 고 이건희 회장의 소위 ‘애니콜 화형식’처럼 큰 손해를 감수하며 품질경영을 이끌 배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재벌 문화에 독특한 측면이 분명 있지만, 지도력을 갖춘 총수가 뚜렷한 방향성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발휘해 기업 발전에 기여했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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