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걱정하는 주주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거취 질문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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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의안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45억1368만2081주 가운데 99.33%(44억 8383만4047주)가 찬성했다. 제2호 의안으로 다뤄진 이사진 선임의 건에서는 80%대 찬성률도 심심찮게 나왔다. 박수로 찬반을 갈랐다면 몰랐을 20%의 반대표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주주들의 의견을 구했다.
주총장에는 삼성전자 주주 270만여명 가운데 900여명이 방문했다. 서초사옥 주총 시절보다 주주 편의성도 한결 신경 쓴 눈치다. 일단 광교중앙역 1번 출구에서 삼성전자 주총장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버스 탑승과 주총장 입장 전에 두 차례 손소독과 체온을 쟀다. 서초사옥 5층 대강당에서 주총을 진행할 땐 입·출구가 적어 주주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이 제기한 불편 사항을 삼성전자가 대부분 개선한 것으로 보였다. 주주들은 1~4구역에 60여명씩 배치됐고 한 자리에 떨어져 앉았다. 좌석 배치는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한 자리씩 따로 앉은 배우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질문 수준도 확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관련없는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무조건 경영진을 옹호하는 ‘프로찬양러’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발언권을 얻은 주주 대부분이 사업과 경영 상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다만 삼성전자 주총의 ‘귀여움’을 담당하던 초등학생 주주의 질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과 개학 탓에 찾아볼 수 없었다.
사내·사외이사 선임 의안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자격 유지를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자신을 참여연대 관계자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 판결로 실형을 살고 있지만 삼성전자에서 비상근 임원으로 변경됐을 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사업 결정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법감시위원회와 이사회 내 감사위원들의 역할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부회장 수감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주주도 등장했다. 한 여성 주주는 “이건 땅을 치고 울분을 토할 일이다. 왜 감옥살이를 해야 하느냐. 삼성전자 부회장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언이 끝나자 일부 주주들이 박수를 치며 동의를 표현했다.
삼성전자 경영현황 발표에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경쟁력 제고 방안, 경쟁사와 차별점이 주주들의 관심사였다. 삼성전자 주주 서원식 씨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 특정 업체(TSMC)와 경쟁 중인데, 이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목표 시기가 대략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잘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대형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효율적인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적기에 마련하고 경쟁에서 격차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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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사들과 점유율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강조해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D램은 선단공정의 선행 확보가 핵심”이라며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기술을 이미 D램 생산에 적용하고 있고, EUV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했다”며 “낸드는 차별화된 적층 공정 기술로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확대하고 있는 ‘갤럭시A’ 라인업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국 업체들의 경우 매년 엄청난 물량의 모델을 내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에는 갤럭시A 시리즈에 5G 모델을 도입하면서 이동통신사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일부 모델에 적용해 모델 수가 늘었다”고 답했다. 고 부문장은 애플과 달리 젊은 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브랜드 선망성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하겠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 편의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했으며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