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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70% 증가, 전자·화학·통신 주력 계열사 매출 연평균 1조원씩 성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3년간 성과는 선대들이 잘 닦아놓은 사업 기반에 구 회장 특유의 과감함, 신속함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전기차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이 LG그룹이 가진 역량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향후 더 큰 시너지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파워트레인 출범·스마트폰 철수…‘ 선택과 집중’의 7월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달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해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한다. 이와 동시에 같은 달 말 스마트폰 사업은 완전히 철수한다. 지는 사업 정리와 뜨는 사업 힘싣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으로, 구 회장의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 초부터 이 같은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취임 직후 산업용로봇 제조 기업 로보스타(800억원), 오스트리아 차량용 램프 기업 ZKW(1조4400억원), CJ헬로비전(8000억원) 등 굵직한 기업들 인수에 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동시에 서브원 지분(6000억원), LG전자 수처리 자회사 (2500억원),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 사업(3000억원),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1조3700억원) 등은 매각하며 미래를 위한 실탄을 모았다.
구 회장의 실용행보의 결정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했던 MC사업본부는 23분기 연속 적자로 5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선뜻 포기하기에는 인공지능(AI), 통신기술 등 핵심 미래기술 지연이 우려돼 LG의 고민이 컸던 부분이다. 하지만 구 회장은 이를 과감히 정리하며 LG전자의 불확실성 요인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자 깊었던 배터리 작년 흑자전환…“전장·OLED도 올해는 흑자”
스마트폰 사업과 함께 적자의 골이 깊었던 배터리, 전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해 지난 한 해 총 매출액 30조원 첫 돌파를 견인했다.
작년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150조원에 달한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로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설비(연간 120GWh 생산)를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해 경쟁사를 더 멀리 따돌린다는 전략이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전자 전장사업도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출범하는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기존 수주 물량을 비롯해 차량용 램프, 인포테인먼트 등 LG전자 전장사업의 전체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6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 역시 8년여의 보릿고개를 끝으로 이르면 올 하반기, 적어도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 사이언스 | 0 | 구광모 (주)LG 대표가 2018년 9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모습./제공=L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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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10조원 실탄으로 AI 등 투자
구 회장은 기존에 일군 유망 사업을 뚝심 있게 지원하는 동시에 AI, 로봇과 같은 미래 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구 회장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규정한 만큼, 도전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그룹 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그룹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 AI 연구원은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개발을 위해 1억 달러(약 114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외에 2018년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중심으로 AI를 비롯해 모빌리티 솔루션, 가상현실(VR) 등 관련 스타트업 39곳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이 10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만큼 이들 분야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 구 회장 취임 이후 고객 가치 중심 기조, 실용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임직원들의 평가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기존에 ‘연구개발(R&D)’과 ‘사업부문’으로 나눠져 있던 그룹차원의 혁신 성과 시상식을 고객가치에 초점을 둔 ‘LG 어워즈(Awards)’로 통합한 것이 대표적인 고객 중심 주의 대표 사례다. “고객 감동을 완성해 고객을 LG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구 회장의 지론으로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서비스센터, 콜센터 직원들의 수상 사례가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젊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 신설, 활발한 여성 임원 발탁, 회의 간소화, 온라인 보고 활성화 등도 ‘회장님’이 아닌 ‘대표’로 자신을 불러주기를 당부한 구광모 회장의 의지에서 출발한 젊은 변화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