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좋아지는 조건도 영향…직원 퇴직 수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서는 지난 1월 30일자로 800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2018년(407명), 2019년(613명), 지난해(462명)보다 수백명 이상 많은 숫자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한 해 두 번의 희망퇴직은 신한은행 사상 처음이다. 각 220명, 130명씩 모두 350명이 짐을 쌌는데, 2018년(700여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초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326명)보다 140명 이상 늘어난 468명이 짐을 쌌고, 하나은행에서도 희망퇴직자가 2019년 369명(임금피크 277명·준정년 92명)에서 지난해 574명(임금피크 240명·준정년 334명)으로 크게 불었다.
올해 높은 실적을 기록 중인 주요 은행에서 최근 희망퇴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3분기까지 각각 2조2000억원과 2조1300억원 규모의 순익을 기록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2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낸 상황이다.
이에 더해 외국계 은행에서도 대규모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약 500명의 직원이 자원해 은행을 떠났다. 2015년 962명, 2019년 154명, 지난해 29명으로 2015년 이후 6년 만에 올해 가장 많은 직원이 특별퇴직을 선택한 셈이다.
소매금융 부문의 공식 철수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소매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접수기간은 오는 10일까지인데, 은행권에서는 현재 3400여명인 씨티은행 직원 가운데 소매금융 인력을 중심으로 최소 절반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말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조건이 은행권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합의 조건에 따르면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최대 7억원 한도 안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최장 7년)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결국 씨티은행 직원의 약 절반만 희망퇴직에 나서도 시중은행 퇴직자는 4000명에 이르게 된다. 국민·신한·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만 이미 2100여명이 짐을 쌌기 때문이다. 오는 12월부터 하나은행 등이 본격적으로 올해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면 퇴직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자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전반적으로 과거와 비교해 퇴직 조건이 유리해진 데다 대상 직원 범위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대상 범위를 1965생부터 1973년생까지로, 지난해(1964∼1967년생)보다 늘렸다. 40대 직원도 신청이 가능해진 셈이다. 또한 희망퇴직자에게 23∼35개월 치 급여와 함께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 또는 작년보다 600만원 많은 재취업지원금(최대 3400만원)을 지급했다.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등도 약속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줬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올해 희망퇴직자는 직위·연령·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6억원까지 36∼60개월분(월 고정급 기준)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지난해 산정 기준(최대 38개월)과 비교하면, 많게는 수억원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에 따라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5억원 정도를 받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희망퇴직 조건을 개선해서라도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 마진 확대 등으로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이 기대되고 있어, 은행은 직원들에게 우호적인 희망퇴직 조건을 제공할 여력도 있다.
이에 과거보다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의 수요도 적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지점장(부장급)은 물론 부지점장(부부장급)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해야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그럴 바에야 50대 초반, 40대 후반에라도 빨리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