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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어스테핑, 그 ‘신선한 선물’

[칼럼] 도어스테핑, 그 ‘신선한 선물’

기사승인 2022. 06. 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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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매우 생소하다. ‘남의 집 문 앞에서 대기하기’ ‘집으로 찾아가기’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면 ‘출근길 문지방(doorstep)을 밟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약식 기자회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이어가고 있는 도어스테핑은 유권자인 국민에게는 분명 ‘신선한 선물’이다. 최정점(最頂點) 리더로부터 거의 매일 아침 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듣는 것만으로도 국민이 느끼는 민주주의 성숙도는 최고 아닐까 싶다.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 이런 도어스테핑은 구중궁궐(九重宮闕) 청와대에 앉아 잊혀질 만하면 등장하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쓸거리’를 찾는 기자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정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한 나라의 리더가 가져야 하는 진정한 리더십이다.

솔직히 대통령의 생각을 일상적으로 들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가거나, 그것도 아주 드물게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미리 준비한 답변 자료를 읽어 내려감으로써 소통의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활발한 소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지 못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과감히 깼다. 막중한 부담을 떠안으면서 말이다. 취임 후 그동안 20여 차례 기자들 앞에 선 그다.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막힘 없이 털어놨다. 거대 야당 등으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틈만 나면 백악관 프레스룸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국 대통령이 솔직히 부러웠다. 현안이 워낙 많기도 한 탓이겠지만,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미국에서 그만큼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5년 간 지금처럼 도어스테핑이 계속된다면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것이다.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소통에 적극적인 대통령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도면밀한 준비와 대응은 오롯이 윤 대통령과 비서진의 몫으로 남는다. 취재 경험상 기자들은 잠들기 전 내일 무슨 기사를 쓸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튿날 취재원을 만나면 득달같이 묻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묻는다. 취재원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과 비서진은 기자들의 질문에 늘 정제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잠들기 전 곧 만나게 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만들어 도어스테핑 직전까지 외워야 한다.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 비서진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리된 답변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서야 한다.

비서진은 갖가지 현안에 대해 비전을 담은 정책의 틀을 대통령에게 전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 틀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명확하면서도 분명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불철주야’라는 말은 이때 해당된다. 이는 권력 가진 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돈이 많으면 달라는 사람이 많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있다. 국민은 도어스테핑이라는 새로운 소통 도구를 통해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전례 없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은 마냥 듣기만 하지는 않는다. 발언 안에 담긴 정책의 진정성 등을 따진다. 그러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공약의 이행 여부 등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도어스테핑이 신선한 선물이 될지, 아니면 혼란과 어수선함을 주는 불필요한 통로가 될지는 전적으로 대통령과 비서진의 불철주야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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