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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화證 PB, ‘100억 고객’ 잔고증명서 위조…자산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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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 김성훈 기자

승인 : 2023. 05. 11. 07:00

한화투자
한화투자증권이 부산 지점 프라이빗뱅커(PB)가 100억원의 자금 운용을 맡긴 고객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근 징계 및 경찰 고발 권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사찰 종무원인 고객 A 씨는 상당액의 원금(납골당 신설자금) 손실을 입자 지난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PB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감원은 A 씨의 손해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PB에 대한 정직 처분과 함께 고발 조치한 상태다.

고액 자산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한화투자증권의 내부 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PB는 고객의 잔고증명서를 '수기(手技)'로 위조했고, 민원 제기 후 이를 인지한 한화투자증권은 전국 지점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조치를 취했다. 임직원들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인 한두희 대표의 윤리 경영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11일 금감원으로부터 부산 지점 소속 PB에 대한 징계 및 경찰 고발 권고를 통보 받았다. PB가 100억원을 맡긴 고객 A 씨의 잔고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사문서 위조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객 A 씨는 지난해 8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사찰의 납골당 신설 자금 100억원을 평소 거래하던 한화투자증권 부산 지점 PB에게 맡겼으나, 상당액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A 씨는 "허위 잔고증명서와 실제 잔고 간 차액을 회사(한화투자증권)가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PB가 원금 손실에도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점을 손해 배상 청구 사유로 제시했다.

A 씨의 민원을 조사한 금감원은 PB의 행동을 위법 행위로 간주했다. 사건 발생의 의도와 별개로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형법 제231조에 따르면 사문서위조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A씨가 요구한 손해 배상은 기각했다. 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에 입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고객인 A 씨의 요청으로 PB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고, 본인이 실질 잔고를 수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이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민원이 제기된 후 한화투자증권은 자체 조사 결과, PB가 수기로 고객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전국 지점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내렸다. 잔고증명서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또 금감원의 권고대로 PB에 대한 정직 처분과 함께 경찰에 고발했다.

한화투자증권으로선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2018년 일부 직원들이 수년 간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금감원의 제재(과태료 부과)를 받았다. 더불어 2013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금감원이 공개한 한화투자증권 제재목록 14건 중 10건이 내부통제 관련 제재다.

이 때문에 한화투자증권의 임직원 윤리 교육 및 영업점 상시점검 프로그램, 준법 감시인 활동을 보다 촘촘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2014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 규정 및 강령을 제정하고 내부통제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초 취임한 한두희 대표의 향후 경영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치중하다 보면, 일선 영업점의 실적 경쟁으로 위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과도한 실적 압박을 느낀 모 유선방송업체 영업직원들이 수백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한 대표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실적 개선을 올해 주요 목표로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4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직전 한화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한 대표는 취임 첫해 순이익을 전년 대비 200억원 이상 불렸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PB의 잘못이 있지만 고객인 A 씨의 요청으로 잔고증명서를 선의로 위조한 것으로, 금감원이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기관주의나 경고를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본사가 아닌 지점이라 할지라도 평소의 감사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내부통제 시스템"이라면서 "'열 포졸이 도둑 한 명 못 잡는다'는 속담이 있듯 특정 개인이 작정을 하고 규정을 위반하면 못 잡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지점 감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데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본사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경희 기자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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