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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11일(현지시간) "애플과 2024년, 2025년, 2026년까지 출시할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 5G 모뎀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애플과 퀄컴의 반도체 공급계약은 이달 선보일 신형 아이폰을 마지막으로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퀄컴의 매출 가운데 애플 비중은 약 22.3%로 삼성전자(17.5%)보다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퀄컴은 "이번 계약은 5G 기술과 제품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퀄컴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새로운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3년간 체결된 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진다.
애플의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공급망에서 독점적 지위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로 이날 퀄컴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장초반 3% 가량 오른 채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이러한 행보는 모뎀칩 세트 개발이 예상보다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2020년 자체 모뎀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예고하고, 2019년 인텔의 스마트폰용 통신칩 사업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체 통신칩 개발을 본격화했다.
애플은 2020년 이후 인텔칩 대신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로 맥 제품군을 교체했다. 당시 자체 개발한 시스템온칩(SoC) 'M1'은 노트북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등에 탑재해 출시됐다. 지난해에는 후속작인 M2를 발표했다. 이 같은 애플의 내재화 전략은 외부 의존을 줄여 자체 매출을 확대하면서 개별 기기에 최적화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이 올해부터 아이폰에 자체 개발한 통신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퀄컴도 올해부터 아이폰 통신칩의 20%만 자사가 공급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무선통신 전파를 데이터와 목소리로 바꿔주는 기능을 하는 통신칩은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각종 반도체 중에서도 개발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을 비롯해 삼성과 대만의 미디어텍 등 극히 일부 기업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 회계연도에 72억6000만 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통신칩을 공급했다.
다만 애플의 자체 통신칩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아이폰 생산에 외부 업체의 의존을 줄이겠다는 목표 실현도 한동안 미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