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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실적부진에 비용 줄이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고문 21명에 수십억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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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3. 12. 13. 18:30

우리금융, 올해 나홀로 부진
비용 줄이기 나선 임종룡 회장
퇴임 임원엔 연봉 2억원 계약
'경영고문 0명' 농협과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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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을 연봉 수억원대의 우리은행 고문으로 위촉한 게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금융이, 올해 20명이 넘는 퇴임 임원을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 자회사 경영고문으로 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문료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우리금융이 올해 5대 금융그룹 중 홀로 역성장하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용감축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하지만 퇴임 임원에게 억대 연봉을 안겨주면서 자회사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임 회장이 보여준 경영방침과 다른 행보다. 임종룡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손 전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되기도 했다.

특히 단 한명의 고문도 위촉하지 않고 있는 농협금융그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농협금융의 이석준 회장도 임 회장과 같은 관료 출신 CEO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우리금융지주 및 산하 계열사 고문 현황'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은행·카드·캐피탈·종금·자산신탁·저축은행·자산운용·벤처파트너스·글로벌자산운용·펀드서비스·에프아이에스·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12개 계열사를 통해 경영고문을 위촉하고 있었다.

은행이 6명, 카드와 캐피탈, 자산신탁, 연구소에선 2명의 고문을 위촉했다. 다른 자회사들은 1명씩 운영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15곳 중 12곳이 퇴직 CEO나 임원 21명과 경영고문 위촉 계약을 맺은 것이다. 앞서 특혜 논란으로 사퇴한 손 전 회장과 이원덕 전 행장까지 포함하면 23명이었다.

이는 경쟁사와 비교해도 많은 규모다. 신한금융그룹은 지주를 포함해 은행과 카드, 증권, 생명, 캐피탈에서 경영고문을 위촉하고 있는데, 고문으로 위촉된 퇴임 임원은 13명이었다. 이중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조용병 전 회장을 비롯해 2명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현재 경영 고문 수는 11명이다. 우리금융보다 10명가량이 적다. 게다가 우리금융처럼 관료 출신 그룹 회장을 맞은 농협금융의 경우 퇴임임원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지 않고 있었다.

경영고문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고문의 경우 연봉이 2억4000만원에 달했다.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각각 연봉 4억원과 2억8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고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진 데다, 시민단체가 임 회장을 '금융사 지배구조 관련 법률' 위반을 이유로 금융당국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고문직을 자진 사퇴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농협금융에도 밀리는 등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자 임 회장은 임원 대상 업무용 차량 기사도 없애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경쟁사보다 많은 경영고문을 운영하는 것은 임 회장의 경영방침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고문 위촉은 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닌 CEO 결정사항이다. 우리금융이 20명이 넘는 퇴임 임원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했다는 것은 임 회장이 필요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것이다.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는 "조직안정 차원에서 필요한 인사를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기는 하는데, 그 규모가 과도하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면서 "특히 자리보전 목적이 강하다면 경영고문의 취지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역량이 있는 인사를 경영고문으로 위촉하면 기업 차원에서도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경영고문을 과도하게 위촉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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