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6_1층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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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가 새해를 여는 두 전시로 한국 회화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조명한다.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전과 신관·두가헌 갤러리의 '화이도'전은 전통 회화가 현대미술로 확장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는 조선시대 민화와 궁중화 27점을 통해 두 장르의 경계가 생각보다 유동적이었음을 드러낸다. 궁중 화원들이 궁 바깥에 거주하며 왕실과 민간을 오갔고, 재력가들이 화원에게 그림을 주문하면서 궁중화의 도상이 민화로 스며들었다. 반대로 민화의 생활 정서와 상상력은 궁중화에 자극을 주기도 했다.
전시 작품 가운데 대한제국기 황제 상징인 8폭 병풍 '쌍룡희주도'는 이 시기에 용 문양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주는 희귀한 작품이다. 조선시대에는 봉황이 왕의 상징이었지만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된 이후부터는 용이 황제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적극 사용됐다.
1. 호피도(虎皮圖), 19세기, 종이에 수묵, 222 × 43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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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그려진 '호피도'./갤러리현대
화면 가득 호랑이 가죽 무늬를 그린 '호피도'는 현대 회화의 추상화처럼 보일 정도로 밀도 높은 구성을 자랑한다. '까치호랑이'는 권력의 상징인 호랑이가 민중을 뜻하는 까치를 해학적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으로, 민화 특유의 유머가 빛난다.
2폭 병풍 '봉황공작도'(가로 713cm, 세로 169cm)는 궁중화가 민화에 접목된 사례다. 전통적인 십장생 배경 위에 일제강점기 무렵 유행한 봉황공작도 도상이 결합된 작품으로 섬세한 궁중화 기법이 담겨 있어 재력가가 궁중 화원에 의뢰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이도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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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도' 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화이도'전은 김남경, 김지평, 박방영, 안성민, 이두원, 정재은 등 6명 작가의 작품 75점을 선보인다. 이들은 한국 전통 회화의 형식과 정신을 단순 재현하지 않고, 현대 미술 언어로 확장한다.
김지평은 종이부적 등 무속 도구로 장식한 병풍 앞에 마이크를 설치한 '디바-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배제됐던 무당과 여성의 목소리를 담았다. 박방영은 전통 한지에 먹과 진주가루, 금가루를 혼합해 사용하며, '본향의도'에서 자신의 소중한 기억들을 자유롭게 펼쳐놓았다.
이두원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지에서 수집한 천연 재료와 한국 전통 먹을 결합해 즉흥적으로 작업한다. 울(양모) 위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두원기명절지도'는 전통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9. 이두원, 斗元器皿折枝圖(두원기명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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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의 '두원기명절지도'. /갤러리현대
안성민은 전통 민화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공존_두 개의 세상'에서 경첩을 달아 그림 속에 또 다른 그림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김남경은 책가도의 엄격한 질서를 15도 각도로 살짝 비틀어 고정된 시선을 흔들었고, 정재은은 일월오봉도를 물에 비친 형태로 상하 대칭 구조로 전환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두 전시를 통해 한국 전통 회화를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갱신되는 살아있는 개념으로 재정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두 전시 모두 2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