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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낙관론자들은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를 떠올린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로봇 비서와 AI 에이전트가 가사·행정·업무를 대신 처리한다. 의사는 AI의 진단 보조를 통해 더 정확한 치료를 제공하고,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 과거 전기와 인터넷이 그랬듯, AI 역시 '범용기술'로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AI가 향후 10여 년간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을 1%포인트 안팎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AI가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발전 속도를 가속화해, 장기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다수의 사람이 풍요를 누리는 사회로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기술 낙관론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른다. 역사적으로 범용기술은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과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조직과 제도가 재편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생산성 J-커브'라고 부른다. AI 역시 초기에는 막대한 도입 비용과 학습 비용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이 지연될 수 있으며, 그 효과가 소수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만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자동화와 AI 도입으로 단순 사무직과 반복 업무가 빠르게 대체되고, 중간 숙련 정도의 일자리도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된다.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로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고급 인력조차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 활용 능력을 갖춘 소수 인력은 임금 상승의 과실을 누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는 고용 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AI와 알고리즘이 지배하고 인간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공상과학소설 속 사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AI 기술이 유토피아로 이어질지, 디스토피아로 귀결될지를 가르는 논쟁의 핵심은 결국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과 인공지능의 본질적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의 처리와 계산·분석·예측에 탁월하지만, 인간은 맥락을 이해하고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판단하며 윤리와 가치를 고려한다. 또한 공감과 소통을 통해 공동체의 신뢰를 쌓고 책임 있게 행동한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높은 지능 그 자체가 아니라, 지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와 인간 존재의 목적을 성찰하고, 선악을 분별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지적 능력이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AI와 경쟁하려 하기보다, AI와 보완적인 지적 능력과 지혜를 키워야 한다.
AI 혁명이 만들어 갈 미래 사회의 모습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인간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능력과 지식, 그리고 지혜를 축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전환은 개인의 노력에서 출발한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지식과 지혜를 확장하려는 학습 의지가 중요하다.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 또한 크다. 단순한 성적 경쟁을 넘어, 호기심과 사고력, 타인에 대한 존중,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기르는 교육이 미래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토대가 된다.
동시에 사회 차원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표준화된 지식 전달과 시험 성과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 AI가 지식 검색과 분석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교육의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기초 학습 능력과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 문제 정의 능력, 협업 역량, 평생 학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과 직무 간 불일치를 줄이며, 기업 수요와 연계된 교육과정과 현장 기반 학습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인적자본이 가장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역량 기반 채용과 직무 중심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직업훈련과 재교육 시스템의 개혁도 시급하다. 기술 변화로 직무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 번의 교육으로 평생을 버틸 수는 없다. 정부는 기업·교육기관과 협력해 효과적인 재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년층과 취약계층이 기술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AI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역시 중요하다. 투명성, 책임성, 공정성을 갖춘 제도 없이는 AI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 성패는 어떤 인간 능력을 키우고, 어떤 인적자본을 사회적으로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만들어내는 지적 시너지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낙관이나 공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