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사실대로 쓰면 민원”…교원단체, 학생부 전면 개선 촉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731010011747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승인 : 2026. 07. 31. 14:53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감사원 '복붙' 지적에 교원단체 "학교 현실 외면" 반발
교사노조 "학생부, 창작기록 전락"
연간 기록량 원고지 1632장…"학생부 과도한 변별능력 재검토해야"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 촉구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사실대로 쓰면 민원이 들어오고 비슷하게 쓰면 '감사'에 걸린다. 학생부는 입시용 창작물 아니다. "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복붙'(복사해 붙여넣기)가 논란이 된 가운데 교원단체가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 변별 기능과 서술형 기록 중심 체계를 전면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31일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감당하기 어려운 기록을 교사에게 요구한 뒤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불성실로 돌리는 학생부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정기감사에서 교원 803명이 학생부에 동일 내용을 작성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발단이 됐다. 감사원은 2021~2024년 서울 239개 고교 학생부 작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교사 803명이 51명 이상 학생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에 동일한 내용을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교육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학교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현장에 나온 고등학교 과학교사 유선정씨는 한 학기에 평균 3개 과목, 200명 가까운 학생을 가르치며 시험 출제와 수행평가, 학생부 기록까지 떠안는 현실을 전했다. 그는 "학생의 부족한 점을 사실대로 기록하면 민원과 정정 요구에 직면하고, 갈등을 피하려 긍정적인 말만 쓰면 학생의 실제 모습은 사라진다"며 "수업에 자주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관심 분야가 뚜렷한 학생'이, 친구들과 갈등을 빚은 학생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학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줄었다면 제도가 개선된 게 아니라 교사들이 분쟁을 피하기 위해 평가권을 내려놓은 결과인지 살펴야 한다"며 장문의 개별 서술 대신 체크리스트와 평가척도, 선택적 서술을 결합한 기재체계를 제안했다.

김수연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필요한 지원을 기록하면 '왜 부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민원과 정정 요구가 돌아온다"며 "결국 학생부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말이 아니라 써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말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초등 6학년 담임교사 한 명이 25명 학급 기준 한 학기에 작성해야 하는 평가 기록이 300건, 연간 600건이 넘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입에서 과대 포장된 학생부를 가리키는 '허위매물'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사실대로 쓰면 민원, 비슷하게 쓰면 '복붙' 감사, 적게 쓰면 불성실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며 과목과 기록은 늘렸지만 교원 배치와 학생부·대입제도는 함께 바꾸지 않았다"며 교육부의 책임을 물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학생기록부 지침이 초·중등을 합쳐 약 40쪽인 데 비해 한국은 학교급별 기재요령만 약 200쪽, 합쳐서 600쪽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과학교사가 한 학기 6과목, 32명씩 8개 학급 총 256명을 담당하며 연간 32만 6400자, 200자 원고지로 1632장 분량의 학생부를 써낸 사례를 2m×5m 크기 현수막 3장에 시각화해 참가자들을 둘러싼 '기록의 벽'을 만들어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교사노조연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생부의 과도한 대입·진학 변별 기능 전면 재검토 △학교급별 학생부 체계 마련 △모든 학생 대상 장문 서술 의무 폐지 △부당한 정정 요구·민원으로부터 교사 평가권 보호 △고교학점제로 늘어난 기록 업무에 맞춘 교원 확충을 요구했다. 송수연 위원장은 "국가는 학생부의 입시 변별 기능은 갈수록 정교하게 만들면서 민원과 감사·처분의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지난 2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 철회와 교육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 정기감사 결과는 학교 현실을 외면한 결과 중심 감사"라며 감사원에 항의서를 전달했다.

과학교사 1인이 쓴 학생부 '원고지 1천632장'
송수연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교사들은 교사들이 감당하는 과도한 "기록노동"을 설명하기 위해 고등학교 과학교사 한 명이 작성한 200자 원고지 1천632장(32만6천400자) 분량의 학생부를 담은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연합
박지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