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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유가족 KBS 항의방문 뒤 청와대에서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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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기자

승인 : 2014. 05. 09. 11:36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를 비교한 발언을 해 사태 빚어져
유가족, 김 보도국장의 사고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KBS 항의 방문해
경찰이 KBS 진입 막자 유가족 청와대로 이동해 대화 요청
[세월호 참사] '제발 지나가게 해주세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9일 새벽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이 8일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을 항의 방문한 뒤 9일 새벽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유가족 120여명은 8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에 봉안된 희생자들의 영정을 내려 가슴에 품고 분향소 앞에서 KBS 보도국장의 사과를 호소한 뒤 오후 9시께 다섯 대의 버스를 대절해 KBS 본관이 있는 여의도로 이동했다.

김병권(50)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장(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로만 구성)은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할 수 있느냐“면서 ”우리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둬라! 우리가 바란 건 실종자 구조 뿐“이었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KBS를 항의 방문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부서 회식 자리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지난 4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김 보도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8일 오후 3시50분에는 KBS간부진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던 중 몇몇 유가족으로부터 분향소 밖으로 끌려 나오는 사태가 빚어졌다. 몹시 격앙된 유가족은 KBS 간부진 가운데 이준안 취재주간을 유가족 대기실 천막 안에 데려다 세워 놓고 김 국장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천막 안에서는 유가족들의 고성이 오갔다. 한 유가족은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이냐!”며 격분했고, 다른 유가족은 “자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김 국장을 비판했다.

이 주간은 장시간 천막 안에 갇혀 유가족들의 분통 어린 목소리를 들었고 유가족들은 이 주간에게 길환영 KBS 대표이사와 사태의 장본인인 김 국장이 이 자리에 나타다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오후 8시30분까지 길 대표이사와 김 국장을 데려올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결국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사태로 잠시 추모객들의 조문은 중단됐다.

오후 10시10분 KBS 본관 앞에 도착한 이들은 분향소에서 갖고 온 희생자들의 영정을 품에 안고 “KBS 국장이 세월호 희생자수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해당 간부의 파면과 사장의 공개사과 등을 요구, 건물 진입을 막는 경찰과 4시간가량을 대치했다.

유가족 대표 10여명은 진선미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명의 중재로 오후 11시 35분 KBS건물로 들어갔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9일 오전 3시50분께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도착한뒤 길을 막는 경찰과 밤새 대치했다.

청와대 주변에는 13개 중대 900여명이 병력이 배치됐고 일부 유족은 경찰 앞에 무릎을 꿇고 “길을 열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한 동영상 5컷을 공개했다.

각각 20∼4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기울어진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거나 위로 올라가려다 미끄러지고, 웃으며 기도하는 등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안내방송도 들어있다.

유가족들은 이 중 한 컷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후 6시 38분께 촬영한 것이라 주장했다.

9일 오전 합동분향소 안. 듬성듬성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빠져있고 그 빈자리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적은 종이가 대신하고 있다. 조문을 온 추모객들은 이를 보고 가슴 아파했다.

수원에서 온 심진숙씨(54·여)는 “KBS 보도국장이 와서 사과하면 될 것을 하지 않아 이 사태를 만들었냐!”며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이동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너무한다 너무해”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분향소 밖을 나오기도 했다.

지난밤 사태로 76위의 영정과 3위의 위패가 내려져 현재 분향소 안에는 178위의 영정과 249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한편 9일 오전 청와대는 청와대 비서동에서 유가족 대표들과 박준우 정무수석의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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