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6개월 가까이 입원하는 등 총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미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이 회장 대신 회장 직무를 수행하는 상태다. 삼성그룹이 사실상 ‘이재용 체재’로 돌입한 셈이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그룹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외 행보다. 이 부회장은 회장 취임 후 수년간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이 회장과 달리 글로벌 고위급 인사들과의 교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중요시하는 부분은 중국 고위급 인사와의 인맥 형성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현지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서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차세대 지도자 후보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등 중국 수뇌부를 6차례 만났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 출장길에도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 분쟁 중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스마트폰 관련 특허로 전 세계 각국에서 소송전을 벌이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 지속적인 비즈니스 미팅으로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하는 등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는 만찬 자리를 마련해 특허사용료(로열티)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주요 의사 결정도 빨라졌다. 수년에서 수십 년간 요지부동했던 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채용 제도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문제가 거론된 지 7년 만에 사과·해결 의지를 보였다. 사회적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신입사원 채용 제도도 20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빠르게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에 16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라인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전자 사상 최대 투자 규모로, 애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투자 실행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재용 체제가 안착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 회장도 1983년 반도체 사업 투자를 단행해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삼성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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