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만 올리고.. '제2단통법' 우려 쏟아져
새로운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출판서적의 정가를 도서에 표시하고, 최종 판매가를 직접할인 10%, 간접할인 5% 등 총 15% 이상의 할인이 금지된다.
이전까진 출간 18개월 미만의 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했다.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서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이는 출판시장 내 과도한 가격 경쟁의 원인으로 꼽혔다. 가격 경쟁에서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 서점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이 같은 시장혼란을 막기 위한 조처가 바로 ‘도서정가제’다. 일본을 포함해 프랑스·독일 등 언어권 규모가 협소한 국가에서는 자국의 출판 문화를 보호하고 지식정보의 유통질서가 가격경쟁에 훼손되지 않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도입,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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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가 ‘도서정가제인 듯, 도서정가제 아닌 모습’이라는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출간 18개월 이내의 서적에 한해 10% 이내 직접할인, 9% 이내 간접할인을 허용하던 것을 모든 서적에 대해 10% 이내 직접할인, 5% 이내 간접할인으로 대상 항목과 할인율을 축소한 것이다.
대형서점과 중소서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최대한 같은 수준에 맞추면서 중소 서점의 활로를 뚫어준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가격은 여전히 천차만별이다.
경품 증정, 통신사·카드사 제휴 할인, 배송료 할인 등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집 세트’에 대한 극단적인 가격할인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중소서점 대비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더라도 우회 할인으로 얼마든지 기존 할인율을 넘어서게 된다”며 “21일 이후 과다한 할인경쟁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명약관화”라고 지적했다.
백 연구원은 “전집 세트류에 대해선 과도한 할인이 가능해지는데 중소서점에서는 그런 책을 일일이 비치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인해 중소 서점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2의 단통법” 우려 제기
새로운 도서정가제 도입을 이틀 앞둔 19일,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도서 특가 판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생(未生)’이 대표적이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은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원작에 대한 관심에 가격 할인 효과까지 더해져 판매량은 크게 늘어났다.
굳이 미생뿐만 아니다. 스테디셀러의 막판 할인이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쏟아지는 ‘도서정가제 전 구입해야할 서적’에 관한 질문과 목록은 이 같은 상황을 단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민음사’에서는 스테디셀러인 ‘세계문학전집’ 등 각종 서적에 대해 40% 할인 판매 행사를 2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동양학 전공 서적으로 유명한 ‘소명출판사’ 역시 최대 70~20%의 도서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두고 벌어진 시장 혼탁 현상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도입 전 휴대폰 시장과 유사해 보인다. 단통법 도입 직전에도 각종 원포인트 가격 정책이 쏟아지며 시장이 과열됐었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네티즌 A씨는 “왜 시장 가격을 정부가 개입해서 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규제 철폐한다더니 오히려 규제만 늘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도냐”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 B씨는 “중소서점 살리겠다고 도입한 정책인데 정작 지금 보면 대규모 할인행사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만 재고 처리를 하고 있지 않냐”며 “정말 중소 서점을 위한 법인지 고민해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낮아진 할인율로 인해 비싸진 책 값. 도서 판매 급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출판업계는 새로운 도서정가제 적용으로 인한 재고 서적 판매 저조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재정가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 법안에 반영됐다.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서적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구간에 대한 재정가는 품질·가치가 저하된 도서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다시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후생 증진과 출판사의 효율적 재고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