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때의 혈맹이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최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굳이 2010년 이후 중국 최고 지도부가 북한 방문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최근 북중 국경 지대가 과거와는 달리 살벌해지고 있다거나 북한이 중국을 미국보다 더한 적대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베이징 내 소문들을 종합하면 확실히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류윈산
0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3주기인 지난해 12월 17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을 때의 류윈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모습. 9일 당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제공=신화(新華)통신.
때문에 중국이 무려 5년 만에 10일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공산당 대표단을 축하 사절단으로 보내기로 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5일 전언에 의하면 이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난 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을 때 물밑 작업이 진행됐었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도 양측은 이때 큰 줄기에서 모종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각론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는 류 상무위원의 파견과 지금보다 대폭 늘어난 경제 지원을 약속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가 우려의 눈으로 보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언질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조속한 중국 방문 역시 논의됐을 수 있다. 만약 합의가 됐다면 양국의 관계는 거의 파국 단계에서 극적으로 봉합되는 전기를 맞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파국은 면하게 될지는 몰라도 과거처럼 돈독한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관계는 이미 상당히 되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달려갔다. 현재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주장하는 황다후이(黃大慧) 런민(人民)대학 외교학과 주임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류 상무위원의 방북은 나름의 의미가 상당하다고 해야 한다. 5년 만에 양측 최고 지도부 간의 교류 물꼬를 다시 텄다는 사실만 봐도 무엇보다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반도의 긴장이 그의 방북으로 일단 수면 하에 잠복하게 됐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국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을 선택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 역시 이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한 다음 후속 조치를 고민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