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선진경제팀 차장 등 연구진은 21일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 및 시사점’(BOK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노동력 미스매치는 인적자본 손실 등으로 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는 학력·기술 등의 불일치로 노동수요와 공급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상으로,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실업보다 좀 더 넓은 개념이다.
OECD 24개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교육정도별 미스매치 지수에서 0.79를 기록해 평균(1.07)보다 낮았지만 연령대별로는 1.75로 평균(1.21)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베버리지 곡선을 통해 주요 5개국(한국·미국·독일·스페인·일본)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심화된 시점을 파악해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스페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로지역 재정위기를 거친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은 이 기간 중 미스매치 정도가 완화됐으며 일본의 경우 거의 변화가 없었다.
최영준 한은 차장은 “위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빈 일자리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용이 제한됨으로써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불확실성 지수와 미스매치 지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위기 발생 이전에는 부호가 일관되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는 5개국 모두에서 정(+)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에서 청년층(15세~29세 기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점도 미스매치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됐다.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반응이 빨라 이들의 비중이 커질수록 미스매치 정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졸 이상 학력자가 늘어난 것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과도한 고용보호 등이 미스매체 증대의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증가는 다양한 경로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우선 생산활동에 동원되지 않는 유휴노동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의 경우에는 일자리 탐색 기간이 늘어나고, 기업도 필요인력을 적시에 채용하지 못해 고용조정 속도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청년 실업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최 차장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완화하려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이 긴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