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신뢰조치 촉구…'핵 비확산' 언급
폼페이오 4차 방북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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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인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15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시종 북·미 신뢰 구축을 앞세우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갖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기존 동시행동-단계적 실현 원칙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리 외무상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 등 ‘중대한 선의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에 대해 확약했다”고 발언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핵무기와 핵기술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북·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 비확산’을 국제사회 앞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함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리 외무상은 “미국은 선(先)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폼페이오, 4차 방북 때 ‘상응조치’ 카드 들고갈듯
북한의 기존 비핵화 협상 전략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리 외무상의 연설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4차 방북을 앞두고 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향후 미국에 일방적 양보만을 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연설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1년 전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한다는 언급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사랑에 빠졌다”며 “나는 그(김 위원장)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볼 때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찾을 때 종전선언·제재완화 등 상응조치 카드를 들고 갈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종전선언 서명 여부와 관련해 “어떻게 귀결될지 예단하길 원치 않지만 진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 “비핵화, 남북미중 다자회담 틀 가동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아시아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미국도 비핵화가 될 때까지 제재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상응조치 시간표를 들고 간다면 폼페이오의 방북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종전선언·제재완화와 관련해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도 보다 진전된 비핵화 제안을 내놓을 것이란 설명이다.
리 외무상은 한국에 대해선 우호적 태도를 견지하며 남·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리 외무상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을 높게 평가하며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이 이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가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를 북·미 간의 협상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다자회담 틀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