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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삼바는 한국판 엔론?…“분식회계 수법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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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18. 12. 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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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결국 매매거래 정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의 중과실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장 1년 7개월간 분식회계 논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달 중 결정됩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삼성바이오와 관련해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 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규정상 20영업일 이내인 이달 31일까지 법률·회계·학계·증권시장 등 각 분야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됩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면서 공정가치 평가를 한 것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며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의 징계안을 의결했습니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가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한 행위를 고의적인 분식회계였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는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해 약 4조5000억원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었고, 이를 통해 2011년 4월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바이오가 2015년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며)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삼성바이오는 2015년 공정가치 평가 전부(약 4조5000억원)를 재무제표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삼성바이오 사건은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일어난 STX,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모뉴엘 등 대형 분식회계 사건의 맥을 잇는 사건이나, 앞선 사건들과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손 교수는 “기존 분식회계 사건은 대다수가 회계기준을 벗어난 의도적 악용이 존재했다”며 “회계처리와 (경영 등)공시에 기업과 경영자의 의도가 개입돼 (분식)회계 처리와 수치가 고의성을 스스로 입증할 만한 사항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삼성바이오 건에 대해서는 “국제회계기준의 모호함과 경영자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최대한 이용한 사건”이라며 “그동안 곪아왔던 우리나라 국제회계기준의 적용 및 회계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문제점을 한꺼번에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손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진정성이 회계처리에 얼마나 잘 반영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영자 개인의 주관적 속성과 의지만으로 부족하며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소유와 경영이 일치돼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대주주인 경영자에 대해 적절한 감시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등 내부감시기구의 수준높은 독립성 확보를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기업지배구조_비교
출처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정이 남긴 교훈과 과제’ 토론회 발제문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
‘분식회계(粉飾會計)’는 기업이 실제 경영실적보다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자산이나 매출·영업이익을 부풀리는 것을 말합니다. 분식회계는 주로 경기불황 시기에 자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불황 등의 이유로 실적악화라는 반갑지 않은 사태에 직면한 경영진이 자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나 사업자금을 빌려준 은행 등 채권자들의 비난을 회피할 목적으로 회계장부를 허위로 꾸미는 것이죠.

분식회계에는 여러 방법이 동원됩니다. 실제 팔리지 않은 물품을 판매한 것처럼 허위 매출전표를 끊어 매출채권(외상매출금+받을어음)을 부풀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물건을 팔아 번 돈이 별로 없는데도 마치 장사를 잘한 것처럼 가상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밖에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을 고의로 적게 잡아 이익을 부풀리거나, 아직 팔리지 않아 창고 등에 쌓여있는 재고의 가치를 회계장부에 과대계상하는 방식도 동원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자산과 이익을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금을 탈루하려는 목적이나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해 회사의 자산이나 매출·영업이익을 실제보다 줄여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역분식회계’가 바로 그것이죠.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분식회계는 안그래도 좋지 않은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발될 경우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주나 채권자에게 금전적인 손실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탈세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분식회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지난 2002년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입니다. 당시 엔론 경영진은 회사돈 15억 달러를 파생상품에 투자해 모두 날린 사실을 회계조작으로 숨겼다가 적발돼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분식회계의 여파로 한때 90달러를 웃돌았던 엔론의 주가는 급락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엔론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을 포함한 총 피해액은 무려 600억 달러 규모에 달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토론회에 참석한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공인회계사)은 “엔론 분식회계는 회사의 부실자산과 부채가 이전된 SPE(특수목적법인) 중 어디까지를 연결범위로 할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며 “이 사건은 엔론과 외부감사인이었던 아더앤더슨이 당시 회계기준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고의적인 분식회계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홍 위원은 국내 3대 회계법인의 조력을 받아 (관계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연결범위나 지배력 상실에 대한 해석과 같이 복잡하고 미묘한 회계규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엔론의 회계부정은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위원은 “국제회계기준은 원칙 중심의 회계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회계는 경제적 실질을 반영해야 한다’는 더 상위의 원칙이 있다”며 “삼성바이오 측이 분식회계는 회계기준 해석상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국제회계기준이 (각) 회사에 준 재량권은 경제적 실질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부여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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