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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일하게 역성장…삼성전자, 하만 인수 4년차에도 시너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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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단비 기자

승인 : 2021. 03. 31. 06:00

국내 기업 사상 최대 M&A 꼽혔지만
지난해 영업익 555억…1년새 82.8% ↓
코로나로 세계 자동차 생산 위축 영향
전문가 "경쟁력 제고로 시너지 극대화"
"車 반도체 강화·사업 다각화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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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야심차게 인수한 오디오 전문기업 하만(Harman)이 주력 사업들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상반기 적자가 하반기 차츰 회복하며 손실은 면했지만 전년대비로는 이익이 80% 이상 꺾였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직후 이루어진 빅딜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양사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M&A 등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하만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1837억원, 555억원이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8.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82.8% 급감했다. 작년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모바일(IM), 반도체(DS) 등 부문별 실적으로 봤을때 영업이익이 유일하게 줄었다.

하만 실적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대비 16% 감소하는 등 위축됐다. 이에 지난해 2분기의 경우 900억원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으나 하반기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적자는 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신성장 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하만 인수를 추진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6년 등기이사로 오른 후 처음으로 진두지휘했던 M&A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9조600억원(80억 달러)에 달하는 하만 인수 금액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기 전까지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분류되는 빅딜로 꼽혔다.

하만은 인수 당시에도 매출 비중의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는 등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인수 후 성적표는 초라하다. 인수 전 하만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2억 달러(한화 8조1600억원), 6억1000만달러(한화 6900억원)였다. 이는 인수 후 가장 높은 이익을 올렸던 2019년 영업이익(3223억원)의 두배를 넘는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하만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기준 0.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 크지 않다고 지적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공동 개발을 통해 디지털 콕핏(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을 공개하고 5G 기반의 차량용 통신장비(TCU)를 선보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100여개에 달하던 하만의 종속기업을 70여개 수준으로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재편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장사업 수장을 교체하는 등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하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전장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만이 전장사업 이외에도 이어폰, 스피커 등 소비자오디오 사업도 함께 하고 있지만 이미 성숙된 시장인 만큼 이보다는 성장가능성이 큰 전장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노하우를 차량용 반도체, 카오디오 부문 등에 접목한다면 전장 부문의 입지를 높여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만이 기존에 확보한 자동차 영업망을 활용한다면 매출까지의 시행착오를 줄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차량용 반도체 세계 점유율은 미국 31.4%, 일본 22.4%, 독일 17.4%를 기록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2.3%에 불과하다.

또한 하만 이외에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있다. 향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전환되면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공지능(AI) 등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사업들에 대한 강화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경우 최근 전세계 4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스위스의 소프트웨어(SW) 기업 룩소프트와 합작한 알루토를 출범하는 등 전장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만이 자동차 분야에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만들어내는게 중요할 것”이라며 “그럴려면 광반도체 등 자동차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고 시사한바 있는데, 전장사업 관련 M&A 추진도 하만과의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했을 당시 전장사업에 대한 성장성을 보고 했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M&A를 하게 된다면 전장사업 분야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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