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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역사·예술 공존하는, 여기가 ‘극락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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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2. 10. 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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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
안양_삼막사 018-1
신라 고찰 삼막사에서는 옹골찬 산줄기와 당당한 도시의 마천루가 어깨를 견준 장쾌한 풍광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아득히 서해까지 보인다./ 안양시 제공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게 많으면 울림도 크다. 경기도 안양은 그저 서울의 위성도시로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귀가 솔깃한 고장이다. 언제든 훌쩍 다녀올 수도권 여행지로도 어울린다.

삼막사
원효, 나옹, 윤필 등 신라의 세 고승이 막을 짓고 수도하다 창건했다고 전하는 삼막사/ 안양시 제공
안양이 유서 깊은 불교의 땅이라는 사실을 우선 기억하자. 지명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안양(安養)은 안양사(安養寺)라는 사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안양사는 고려 태조 왕건(877~943)이 세웠다고 전한다. 신라 효공왕 3년(990)에 지방 정벌에 나섰다가 지금의 만안구 삼성산(477m)에서 오색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창건했단다. 당시 경내에 7층 전탑을 세울 때에는 왕이 향을 보내고 승려 1000명이 불사(佛事)를 올릴 만큼 규모가 컸다. 폐사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선시대까지 큰 사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한다.

안양은 불가에서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무구한 안양세계(安養世界)를 가리킨다. 극락정토(極樂淨土)다. 그만큼 산 좋고 물 맑은 땅이 안양이었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터를 잡은 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란다. 현재의 안양사는 한국전쟁 이후 옛 절터 위에 새로 세워졌다.

여행/ 삼막사
삼막사 아미타삼존불/ 안양시 제공
삼막사 '삼귀자'
삼막사 '삼귀자'. 조선의 서화가 지운영이 '거북 귀'자를 세 가지 다른 형태로 새겼다./ 안양시 제공
삼성산에는 고색창연한 고찰이 또 있다. 삼막사가 유서가 깊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의 말사인데 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창건한 것으로 전한다. 원효, 의상, 윤필 등 신라의 세 고승이 막을 치고 수도하다가 아예 절을 지었다. 고려의 나옹화상과 조선의 무학대사가 한때 머물며 수도하고 국운의 융성을 기원했단다.

화려한 내력도 내력이지만 탁 트인 전망을 좇아 삼막사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산 정상부에 자리잡은 이곳에선 서해가 아득히 보인다. 바다를 배경으로 겹겹이 늘어선 옹골찬 산줄기와 당당한 도시의 마천루가 어깨를 견준 풍경이 인상적이다.

삼막사 육관음전
삼막사 육관음전/ 안양시 제공
삼막사에선 뭘 봐야할까. 육관음전은 기억하자. 여섯 관세음보살을 모신 가람인데 다른 사찰에선 흔치 않다. 말머리를 머리에 인 '마두관음', 연꽃을 든 '성관음',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진 '천수천안관음', 깨끗함을 상징하는 '준제관음', 열 한개의 작은 얼굴을 가진 '십일면관음', 여섯개의 팔과 여의주를 든 '여의륜관음' 등 각각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명부전의 십대왕상, 본존불의 코를 만지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고 전하는 마애삼존불, 조선후기 서화가 지운영이 바위를 깎아 '거북 귀'(龜) 자를 세 가지 형태로 새긴 '삼귀자(三龜字)', 가까이 붙어 있는 남근석과 여근석,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굴'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특히 원효굴 앞에서 보는 장쾌한 풍광이 인상적이다.

눈이 번쩍 뜨일 풍광을 보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삼막사 입구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약 1시간 30분을 걸어야 경내에 닿는다. 여기 계곡은 수도권에서 이름난 여름철 물놀이 명소다. 계절이 교차하는 요즘 경치도 운치가 있다. 단풍무리 내려앉으면 더 고상해질 풍경이다.

여행/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의 공공예술작품 '리.볼.버'/ 안양시 제공
여행/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의 공공예술작품/ 안양시 제공
안양사가 있던 삼성산 계곡에는 안양예술공원이 생겼다. 여긴 원래 그 유명한 안양유원지였다. 오래 전부터 계곡에 형성된 '자연 풀장'으로 유명세를 치르던 거기가 맞다. 잘 나가던 휴양지는 1980년대 산업화 이후 난개발과 무허가 건물의 난립으로 몸살을 앓다 쇠락했다. 2005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가 시작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APAP는 전 세계 작가들이 안양예술공원을 중심으로 안양의 역사와 문화, 지형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공공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시도다. 잊혀졌던 계곡이 예술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계곡 약 2㎞ 구간에 박물관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이 설치됐다.

사람들은 물소리, 바람소리 벗을 삼아 숲길을 산책하며 예술을 체험한다. 단아한 사찰도 있고 곰삭은 시간의 향기가 오롯한 문화재도 만난다. 울창한 숲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잘 정비된 등산로도 많다.

안양예술공원 033
안양예술공원 전망대/ 안양시 제공
안양예술공원에선 안양파빌리온은 봐야한다. 안양예술공원을 대표하는 조형예술 건축물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했다. 시자는 20세기 최후의 모더니즘 건축 거장으로 꼽힌다. 안양파빌리온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디자인한 시자의 작품이다. 어느 각도에서도 같은 형태로 보이지 않는 공간구조와 기하학적 형태를 이룬 시적인 공간 설계가 특징이다. 전망대, 야외공연장 등도 흥미롭다.

안양예술공원을 둘러보는 데 도슨트(해설안내) 투어도 유용하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오는 11월까지 해설을 들으며 작품들을 감상하는 야외 해설프로그램(성인 기준 2000원)을 운영한다. 안양파빌리온에서 출발해 60~90분 동안 돌아보는 여정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나 안양파빌리온에서 신청 가능하다.

안양_동편마을 카페거리 003
동편마을 카페거리/ 안양시 제공
절집 말고 요즘 뜨는 안양의 '핫플레이스'는 어디일까. 동안구 동편마을 카페거리를 찾아가는 '청춘'들이 많다. 여긴 인기 드라마 '도깨비'(2016)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도깨비 신부 은탁(김고은 분)이 함께 이 거리를 걸었다. 드라마가 종영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개성 넘치는 150여 개의 카페와 상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바느질공예, 도자기 공방, 사탕 만들기 공방 등 작은 핸드메이드 공방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카페거리와 이어지는 수변공원까지 산책하기도 한다. 여기에 안양역을 중심으로 형선된 안양의 대표적 번화가 '안양1번가'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안양역 지하상가 역시 여전히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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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관악수목원/ 안양시 제공
마지막으로 만안구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 관악수목원(서울대 관악수목원)은 메모해 두자. 여긴 조붓하게 산책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산림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라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 그러나 안양시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숲을 관찰할 수 있다. 1051ha의 면적에 11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자생화목, 활엽수, 침엽수, 특산희귀식물 등 10개의 관찰원에서 각 식물을 특성별로 관찰할 수 있다. 예약은 안양시 산림복지통합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어느 가을날, 치밀하고 거창한 계획 없이 떠나 게으름 부리며 기웃거려도 좋을 안양이다. 지하철, 버스로도 가기 참 수월하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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