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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무발명 보상하라니 네이버는 ‘시간 낭비 마시라’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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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기자

승인 : 2022. 10. 26. 06:20

네이버와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 벌이는 전 직원들이 분노한 이유
"직원 아이디어 대하는 태도에 더 씁쓸"…해외 등록 보상금 지급도 '늑장'
1심 소송 패소했지만…"직원들 정당한 보상 받도록 소송 이어갈 것"
[2022 국감] 과방위 종합감사, 이해진-최수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오른쪽)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네이버 전 직원 2명이 2008년 자신들이 직무발명한 특허의 보상을 요구하며 총 4억원대 소송전을 벌이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 직원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거대 기업과의 법적 분쟁을 선택했지만, 이들을 더욱 분노케한 것은 '불필요하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한 '혁신 정보통신기술(IC)T기업' 네이버의 부적절한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전 직원 김기현(가명)씨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것은 지난 19일 아침이었다. 전날 기자는 김씨의 자택을 찾아가 명함을 남겼다. 기자와 통화 중 그는 "가족이 걱정할 수 있어 소송 사실이 가족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튿날 기자와 직접 만난 그는 "네이버와 소송은 끝까지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네이버가 밖에서 볼 때는 '혁신 기업'으로 보이는 것 같지만 우리가 경험한 실상은 다르다"면서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소중하다면서도 중견기업보다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무발명 10여년 만에 소송…"계약서 한장에 모든 권리도 포기"

김씨는 2008~2009년 네이버 온라인경제연구실에 근무했다. 민간경제연구소에 일하다 경력 채용된 김씨가 근무한 온라인경제연구실은 네이버의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일종의 '전사기획' 부서였다고 한다.

이후 해외 유학을 다녀온 김씨는 2020년 11월 말 네이버 재직 당시 직장동료과 함께 네이버를 상대로 1인당 약 2억원씩 총 4억원에 이르는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들이 네이버 근무 시절 직무발명한 특허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직무발명은 현행 발명진흥법상 전·현직 종업원과 법인 임원,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해 발명한 결과물을 말한다.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직원들의 근로의욕과 직무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김씨 등이 네이버 측에 보상금을 청구한 직무발명은 지난 2008년 10월 특허청에 출원한 '카테고리 동적 조정 방법 및 시스템'이다. BM(비즈니스 모델) 특허인 해당 직무발명은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검색필터 구성을 시장 상황의 변화에 반응해 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사용자의 검색 활동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주요 골자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검색기준을 감안해 선택 항목을 선호도 높은 순위로 노출 정렬하는 등의 방식이다.

주발명자인 김씨는 "기존 인터넷 쇼핑 등에서 제품 검색을 할 때 관리자가 재량껏 편집하는 방식을 취해 급속히 바뀌는 유행이나 대량의 상품마다 그 속성을 반영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해당 특허는 사용자가 네이버 쇼핑 과정에서 발생시킨 선호도 등 데이터를 반영해 검색필터를 편집하도록 해 기존 문제점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검색 필터링' BM 출원에 등록…"보상금은 1인당 50만원"

김씨 등은 해당 BM을 회사 심사팀에 제안했고, 네이버를 특허권자로 해 특허청 출원에 이어 등록까지 마쳤다. 회사는 당시 출원 대가로 김씨와 공동 발명자인 직원 1명에게 각 25만원을 지급했고 퇴사 후 특허 등록을 마치자 25만원씩을 추가 지급했다.

이후 김씨 등은 해당 BM 특허에 대한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미 '지적재산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서약서를 작성하면서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고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유학 후 서약과 상관 없이 회사가 실시(사용)하면 응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 등 원고 측은 네이버가 해당 BM 특허를 네이버 쇼핑에 검색필터로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 측은 "특허 발명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맞섰다.

원고 측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새로운 항목을 추가 제안하면 이를 그대로 추가하지 않고 해당 항목을 실제로 사용자들이 자주 검색하는지 데이터를 측정해 최종 노출시켜주고 있다. 이 방식이 해당 BM 특허의 '추가 요청' 기능을 사용하는지가 1심에서 주요 쟁점이 됐다. 법정에서는 양측이 프리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공방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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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총 4억원대 직무발명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전 직원 김기현(가명)씨가 네이버 쇼핑 검색창에서 자신이 발명한 BM(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승욱
결과적으로 1년 6개월 가량 이어진 1심은 원고 패소로 올해 6월 결론이 났다. 1심 재판부는 판매자 약 45만명이 사용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판매자를 사용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네이버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원고 측은 특허법원이 진행할 항소심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판매자 역시 사용자이고, 설령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판매자들의 추가 요청을 최종 반영할지 여부는 소비자 등을 포함한 전체 사용자의 검색빈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게 원고측 논리다.

특히 원고측은 네이버의 특허 사용 부인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정량 항목의 구간 동적 조정 기능을 네이버가 쓰고 있다고 인정했다"면서 "정렬 기능의 경우 판결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구석명 답변을 통해 네이버가 사용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시간·비용 낭비 마시라' 이메일 받고 소송…"계약서도 안 줘"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을 제기한 네이버 전 직원들은 네이버의 대응 태도에도 분노하고 있었다. 김씨는 해외 유학 이후 네이버 측에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 과정 등을 수차례 질의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당한 답변을 접했다고 한다.

2010년 10월 무렵 네이버 특허 담당 한 직원은 김씨에게 회사 측 반박 논리와 함께 "저희는 외부인의 문의에 대해 기본적인 특허 법리의 해석이나 저희 서비스에 관한 내용 등을 일일이 설명해 드리지 않는다"면서 "과거 네이버의 직원이셨던 만큼, 향후 불필요하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시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명확히 설명드리고자 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김씨는 "원래는 소송을 시작하는 걸 매우 주저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메일을 보내며 비아냥하고 마치 협박하는 듯한 답변을 보고는 분노했고 소송을 최종 결심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이 직무발명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석연치 않았다는 게 전 직원들의 주장이다. 김씨는 직무발명 당시 회사 측이 '지적재산권 포기'를 담은 계약서를 요구해 작성했지만 자신들에게 주지 않고, 이후 해당 문서를 달라는 요구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통상 회사와 직원이 계약서를 쓰면 원본을 나눠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주지 않고 있다"면서 "정당한 당사자의 요구마저 기피하니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통상 근로계약서와 마찬가지로 직원이 지적재산권 포기를 약속한 문서를 작성하면 해당 문서를 제공하는 게 맞다"면서 "이를 기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발명자들이 모르는 사이 해외 특허 등록을 하고 이후 보상금 지급을 기피했다는 의혹도 있다. 네이버는 2013년 일본에 해당 BM 특허를 등록했다. 이후 2020년 6월 일본 특허 등록을 인지한 김씨 등은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전 직원들은 "처음엔 회사 측에서 돈을 주겠다고 해 서류까지 냈는데 다시 '과거와 규정이 바뀌었다면서 못 준다'고 입장을 바꿨다"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상금 지급을 미루다 받았지만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김씨 등에게 지급한 해외 등록 보상금은 1인당 20만원이 전부였다.

김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네이버 직원들도 직무발명 소송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고 싶다"면서 "누군가는 1심 소송에서 졌는데 억지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혁신 기업이라고 자처하는 네이버가 중견기업보다 못한 보상을 직원들에게 하는 관행을 고칠 수 있도록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1심에서도 네이버가 대상 특허를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추가적인 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됐다"면서 김씨에 대한 이메일에 대해서도 "가능한 더욱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했으며, 비아냥이나 협박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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