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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머는 전통적인 연극과 오페라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각적 자극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작품들로 유명해졌다. 그는 안무가, 시각 예술가, 디자이너를 포함한 여러 분야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몰입감 있고 종합적인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 로렌스 올리비에 최우수 신작 오페라 제작상을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3~26일 일본 도쿄 우에노 문화회관에서는 다니엘 크래머가 연출한 도쿄 니키카이오페라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됐다. 이 작품은 다학제 아트 컬렉티브 팀인 일본 팀랩(teamLab)과 협업으로 2022년 6월 스위스 제네바 그랑제네브극장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었고 이번 도쿄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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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덕션은 제네바 공연에 이은 아시아 초연이다.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작품을 다시 공연할 때마다,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시간, 공간, 예술가들에 대한 새로운 울림을 찾기 위한 초대처럼 느껴지곤 한다. 일본 성악가들과 무용수들은 자연스럽게 각인된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통해 배역의 심리와 신체에 대한 해석을 해왔다. 이번 공연의 무용수들은 제네바 무용수들과는 다른 스릴 넘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일본인 여주인공들은 제네바의 스웨덴 투란도트와는 달리 투란도트와 류의 내적 심리작용에 대해 다른 문화적 관계를 제시한다. 푸치니 걸작에서 발굴한 원형적인 주제들에 대해 각각의 변형을 발견하는 것은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목격하는 것이 스릴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류로서 우리 모두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가장 깊은 행동 양식을 목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믈라덴 돌라르는 그의 책 '오페라의 두번째 죽음'에서 이제 오페라는 박제가 되어버린 예술이라고 언급했다. 팀랩과 협업을 시도한 무대가 이러한 지적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보는가.
나는 슬라보예 지젝과 믈라덴 돌라르덴의 열렬한 애독자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생명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특정한 상징적인 음악에 매료돼 있다. 푸치니, 바그너, 영가들, 그레고리오 성가… 같은 작품들 말이다. 상당수의 오페라 프로덕션들에 대해 피터 브룩이 칭했던 '죽음의 극장'에 속한다거나 또는 '박물관에 전시된 오페라'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이 분야에서 많은 고전 예술작품의 멜로디와 이야기, 감정과 의문에 사로잡힌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했다. 내 생각에 '박제가 돼 버린 오페라'에 대한 질문은 창의적인 팀이 악보(누군가가 새로운 생명과 의문을 불어넣을 때까지 그 본질적으로 죽은 물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로 귀결된다. 내가 연출하는 모든 공연에서 나는 그 전반에 걸쳐 두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진다. 즉, 작가의 작업 뒤에 숨겨진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오늘날 이러한 질문은 어디에/어떻게 존재하는가.
여성의 권리와 평등문제가 서서히 부상하던 세기의 전환기에 '투란도트'는 푸치니와 그의 주변 남성들을 불편하게 자극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여성들과 또 다른 억압된 목소리들이 증가하고 남성들 사이에서 동등하거나 심지어 우월한 위치를 요구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남성의 열등감과 가부장적 지배 콤플렉스가 완전히 드러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과 유럽,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여성 등 전 세계에서 '미투'가 확산되는 것 말이다.
우리의 공연 제작이 박물관 속 유물이 되어가는 '투란도트'를 구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과 팀랩의 비전으로 만든 기호와 상징이 관객들에게 자신의 성적 역할, 트라우마, 학대적인 가부장적 구조, 건전한 애정 관계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나에게 이러한 질문은 결코 박제된 것이 아니다. 현대 인류가 스마트폰과 고립된 가상현실에 점점 더 매몰되면서 우리가 정면으로 직면해야 하는 살아 숨 쉬며 몸부림치는 문제인 것이다.
◇푸치니는 본능적으로 흥행감각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에스트로 푸치니가 첨단 기술과 결합한 이 작품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셰익스피어가 말한 것처럼 푸치니도 '더, 더, 더 많은 무빙라이트, 더 많은 레이저, 더 많은 영상, 더 많은 마법을!'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음악과 가사는 시의 절정이다. 푸치니와 셰익스피어가 오늘날에 존재한다면, 좋든 나쁘든 우리 시대의 궁극적인 상업 매체인 TV와 영화를 둘 다 만들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품을 다시 생각해보면, 크래머는 오페라 '투란도트'가 가진 강한 가부장적 구조를 해체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양면으로 회전되는 무대 중 한쪽 면은 현실을 나타내며 강력하고 현란한 빛을 뿜어낸다. 반면 다른 한쪽은 인물의 내면을 반영하여 칼라프와 투란도트의 내적 갈등, 트라우마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상의 상호작용성이 나타난 곳도 이 부분이었다. 팀랩은 투란도트에 대한 이 같은 크래머의 해석에 생명을 불어넣는 동시에 팀랩 고유의 미학을 선보였다.
연출가의 말대로 인류가 스마트폰과 가상현실에 점점 더 매몰되어가는 오늘날, 오페라 속 은유와 상징은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바라보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첨단기술은 그것의 훌륭한 조력자가 돼줄 것으로 예측된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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