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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의 씨어터토크]사랑만큼 찬란한 무대, ‘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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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03. 0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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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전개되는 화려한 쇼...정교하게 직조된 음악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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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제공=CJ ENM
'물랑루즈'가 공연 중인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의 객석에는 엄마와 딸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001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원작 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부모 세대와 뮤지컬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함께 흥미를 느낄 만한 흔치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매우 잘 알려진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무대화시킨다는 것은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리스크도 적잖게 갖는 일인데, '물랑루즈'의 경우에는 원작을 먼저 접했든 그렇지 않든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빨간 풍차라는 의미를 지닌 '물랑루즈'는 1889년 프랑스 파리에 개관해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던 '벨 에포크' 시대를 장식한 캬바레 극장으로, 캉캉 등의 레뷔 공연을 통해 인기를 끌며 부유한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사교의 장으로 기능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와 그 이면의 씁쓸함을 다룬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쇼비즈니스는 뮤지컬에서 다루기 좋은 대중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스타 배우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가 빠질 수는 없다. 이 뮤지컬 역시 최고 흥행배우 사틴과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티앙, 그리고 극장을 후원한다는 명목하에 그녀를 욕망하는 몬로스 공작을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여기에 실제 물랑루즈의 설립자였던 지들러뿐 아니라 물랑루즈를 화폭에 담곤 했던 화가 로트렉까지 연출가로 등장시켜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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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제공=CJ ENM
한편, 원작의 매력이었던 파편적인 몽타주를 무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인물들이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보다는 황홀하게 반짝이는 무대장치와 숨 가쁘게 전개되는 화려한 쇼로 관객을 집중시키는 방식이 참으로 적절해 보인다. 극중극의 쇼 장면은 물론이고 드라마 장면도 다양한 안무로 진행되는데, 브로드웨이 공연도 공동제작했던 CJ ENM에서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난이도 있는 안무를 소화할 앙상블 배우들을 찾기 위해 7개월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70여 곡이 정교하게 직조된 음악 편집이 한눈 팔 틈 없도록 하는데,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에는 스무 곡 남짓의 조각들이 이어져 있기도 할 정도다. 이는 기존의 주크박스 뮤지컬과는 다른 소위 '매시업'(mashup·두 가지 이상의 노래를 합쳐서 만든 노래)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팝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감탄하며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비중 있게 불리었던 '록산의 탱고',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좋은 친구', '유어 송'(엘튼 존), '컴 왓 메이' 등도 포함하는 동시에,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 케이티 페리의 '파이어 워크', 시아의 '샹들리에', 아델의 '롤링 인 더 딥' 등 2000년대 이후의 히트곡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간적 간극을 극복한 모습이다. 아울러 '레이디 머멀레이드',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널리 알려진 곡들을 곳곳에 활용하는 모습은 이 작품이 추구하는 대중성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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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제공=CJ ENM
이 뮤지컬은 2020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10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려함뿐 아니라 백스테이지 뮤지컬로서 공연예술인들의 이야기를 자기반영적으로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극을 진행시키는 커다란 흐름은 사틴을 비롯한 극장 사람들이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신작을 잘 만들어서 망해가는 극장을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공연예술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처럼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이들에게는 운명적인 사랑만큼이나 공연도 종교와 같으며,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이 뮤지컬의 화려함은 이러한 간절함의 정서와 만나 '비터스윗'(bittersweet)한 무대로 완성된다. 아울러, 당차고 매력 있는 아이비(사틴)와 감미로운 목소리의 홍광호(크리스티앙)는 캐릭터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관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lizhyun74@gmail.com)


현수정 공연평론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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