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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외시장 개척 준비부족’ 1000억원대 과태료 받은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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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 김동민 기자

승인 : 2023. 04. 06. 18:30

기업은행, 벌금액 최다
자금세탁방지 소홀부터 대출 관리 미흡까지…징계 사유도 다양
전문가 "제도 리스크 현실화…현지 진출 로드맵에 따라 단계적 진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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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은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선택했다. 지난 몇 년간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 등 신남방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에 주요 은행들의 해외 네트워크가 수백개에 이르는 등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급하면 체하기 마련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린 은행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청구서를 받았다.

현지 법규나 금융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징계와 함께 막대한 과태료를 떠안은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무분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제도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이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해외 현지 금융당국에서 받은 징계 건수는 모두 85건이었는데, 이중 하나은행(30건)과 신한은행(28건)이 받은 징계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은행이 이 기간 현지 당국에 낸 과태료는 모두 1227억1900만원이었는데, 기업은행이 납부한 과태료만 1139억원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들이 받은 징계의 주요 지적사항을 보면 재무보고 지연이나 신고 누락 등이 가장 많았지만,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이나 대출심사 및 외환관리 규정 위반 등도 상당했다.

은행별 주요 지적사항을 보면 하나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업무 소홀과 지급준비금 미달, 외환계좌 관리 규정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았고, 신한은행의 경우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미흡과 재무·여신 보고 오류, 대출 관리 미흡 등이 지적됐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에서만 9건의 징계를 받았다. 신한은행 측은 "최근 중국이 전 분야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 기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8건의 징계를 받았는데 이 중 5건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받은 징계였다. 국민은행은 부실한 부코핀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현지 당국으로부터 징계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회사로 편입하기 이전에 제재를 받은 사안들이 있는데, 인수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자금세탁방지 업무가 발목을 잡았다. 7건의 징계 중 4건이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으로 받았는데, 이 때문에 1000억원대 과태료까지 떠안았다. 우리은행도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과 외환포지션 거래 관련 위반 등으로 12건의 징계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내부통제로 현지에서 징계를 받게 되면 해외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두한 국민대 특임교수는 "글로벌 부문 순익 기여도를 확대하기 위해 은행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맞는 방향이지만,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진출하게 되고 이 때문에 제도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 해외진출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현지 제도와 법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지 금융당국과의 소통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국 기자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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