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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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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04. 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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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작가, 저작권 분쟁 도중 세상 떠나...불공정 계약 문제 수면 위로
정부, 특별조사팀 설치하고 전면조사 나서...표준계약서도 재검점
"표준계약서 독소조항 없애고 저작권법 개정해야...실태조사도 시급"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사업권 설정 계약을 맺은 뒤 저작권 분쟁을 겪어왔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이 작가는 2007년 형설앤과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저작물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검정고무신'은 2020년과 2022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업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됐지만 이 작가의 수입은 15년간 1200만원에 불과했다. 대책위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가 아님에도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 지분을 갖게 된 저작권 계약도 문제로 지적했다.

히트작을 만들고도 그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창작자로는 동화책 작가 백희나도 있다. 백 작가는 2003년 동화 '구름빵'을 그렸고 한솔교육과 출간 계약을 맺으면서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작가가 받은 돈은 850만원에 불과했다. 이후 지원금을 포함한 총수입도 2000만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한솔교육은 '구름빵'이 40여만부 팔리면서 2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고, 애니메이션·뮤지컬·캐릭터 상품으로 2차 사업화를 하면서 수천억원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매절 계약 문제는 비단 출판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해 있지만 개선되지 못했던 사안들이 이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논란이 되자 정부도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례적으로 특별조사팀을 꾸리고 이 작가가 생전 출판·캐릭터 업체와 맺었던 계약이 예술인권리보장법에 위반되는지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강정원 문체부 대변인은 "기존의 사고 조사는 100일 내외에서 끝난다"며 "이번 경우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 때문에 특별조사팀을 꾸려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출판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필요한 경우 수사 의뢰를 하게 된다. 또 불공정 계약 강요 사안이 발견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검정고무신 사건` 브리핑하는 강정원 대변인<YONHAP NO-2073>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3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정고무신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문체부는 이와 별도로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법률지원센터도 구축한다. 신진 문화예술인을 위해 저작권 서비스를 강화하고, 저작권에 낯설어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을 확대한다. 창작자 권익 강화를 위한 법·제도적 보완 장치도 강구한다.

아울러 문체부는 만화를 포함해 15개 분야 표준계약서 82종을 전면 재점검한다. 대책위는 문체부가 개정 작업 중인 표준계약서 초안에 창작에는 관여하지 않은 제작사가 공동제작자로 손쉽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는 이 작가의 고통을 업계 표준으로 확장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문체부와 표준계약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유를 한 상태"라며 "문체부에서 의견을 수용해서 새로운 협의 체계를 제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강제력이 없어서 현장에서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범유경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현장에서 어떻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지, 표준계약서가 왜곡되고 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실태조사 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위법 행위가 있다면 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로감독을 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불공정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표준계약서 개정 외에도 제도적이고 법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며, 특히 제대로 된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범 변호사는 "저작권자에게 이용에 비례하는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일체를 모두 양도하는 방식의 계약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중심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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