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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글로리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핍진성 두드러진 아름다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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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3. 05. 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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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 "객석의 눈물과 갈채 동시에 이끌어내"
라 트라비아타1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중 한 장면./제공=글로리아오페라단
베르디 작곡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후 이 땅에서 공연된 첫 번째 오페라도 이 작품이었을 정도로 '라 트라비아타'가 가진 매력은 특별하다. 특히 올해는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더욱 많이 공연되고 있다.

제1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이자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글로리아오페라단 창단 32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도 '라 트라비아타'였다. 이 오페라는 잘 알려진 만큼 관객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그런데 19~21일 공연된 이 프로덕션은 객석의 눈물과 갈채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글로리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제르몽 등 주역 성악가들의 빈틈없는 캐스팅을 꼽을 수 있다. 21일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는 부부 성악가로서, 이번 작품이 국내 '라 트라비아타' 데뷔다. 이 두 사람의 기량은 해외에서의 성과와 갈라 콘서트 등에서 이미 확인한 바였지만 오페라 무대에서 보는 두 성악가는 또 다른 본색을 보여줬다. 알프레도를 노래한 테너 최원휘는 1막에서 큰 울림과 호소력 짙은 음색, 화려한 고음으로 관객들을 시작부터 진한 몰입으로 이끌었다. 그의 큰 볼륨과 넘치는 감성을 담기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좁다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의 가창을 선보였다.

이에 비해 소프라노 홍혜란은 섬세하게 세공하듯 보석처럼 무대 위 비올레타와 자신을 맞춰 나갔다. 1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아 그이였던가!'에서도 무리하지 않고, 비올레타의 상반된 감정을 긴 호흡으로 차분히 노래하며 흠잡을 곳 없는 마무리까지 들려주었다. 그의 저력은 3막에 드러났다. 2막 제르몽과의 불꽃 튀는 이중창에서 절절한 가창으로 조금씩 감정을 분출하기 시작한 홍혜란은 3막에 이르러 폭발하는 성량, 빼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병석의 비올레타가 부른 '지난날이여 안녕!'은 남다른 표현력과 음악성으로 기억될 만한 절창이었다.

이처럼 이날 공연의 전반부는 최원휘가, 후반부는 홍혜란이 끌고 갔다고 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의 마지막 듀엣인 '파리를 떠나서'는 환상적인 조화로 애닮은 감정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조르쥬 제르몽 역의 바리톤 김동섭은 특유의 고급스럽고 카리스마 넘치는 음색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르몽의 아리아 '프로벤자 네 고향으로'를 노래할 때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다만 이번 작품의 맥락이나 비올레타를 맡은 홍혜란과의 호흡을 고려해 보다 주변과 어우러졌다면 더욱 완벽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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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중 한 장면./제공=글로리아오페라단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한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1막에서 무대 위 성악가에 비해 오케스트라 음향이 부각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차차 밸런스를 이뤄 3막의 감동적인 무대를 완성하는데 크게 뒷받침했다.

연출가 최이순은 이번 오페라에서 '핍진성'을 가장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1막에서 몹쓸 병에 걸려 고통 받으면서도 화려한 파티를 즐기는 비올레타의 이중적 모습, 2막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제르몽과의 대립, 3막 그녀의 죽음 등 극적으로 이어지는 모든 부분에서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세심한 디렉팅을 한 결과, 작품의 여러 행간이 메워졌다. 그랑빌 의사, 하녀 안니나 등 어느 한 배역도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역할 없이 그 장면에서 했을 법한 연기로 작품의 개연성을 높였다. 무대디자이너 신재희는 커다란 동백꽃을 중심으로 5월에 걸맞은 화사하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2018년 글로리아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무대도 담당했었던 신재희는 장식성을 줄이고 보다 상징성이 강해진, 진일보한 무대를 보여줬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32년 동안 오페라를 제작하고 공연해왔다. 우리 오페라 풍토에서 그 세월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더욱 주목하는 것은 우일신하는 면모다. 최근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발전이 두드러진 것은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적절한 캐스팅과 제작진의 활약이 한 몫 했다고 판단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는 리더의 혜안과 헌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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