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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멕시코로 향하던 배에서 태어난 최병덕의 글과 이민 2세인 마리아 빅토리아 리 가르시아 할머니의 사연, 멕시코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황보영주의 시(詩) 등 멕시코 한인 이주사와 관련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한편의 무대극을 보는 듯하다.
정연두의 개인전 '백년 여행기'는 100여년 전인 1905년 영국 상선을 타고 인천을 떠나 멕시코에 도착한 한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서울관 지하 1층 서울박스에는 열대 식물 모양의 오브제들이 천장에 매달렸다. 붉은색 씨앗 같은 오브제 밑에 서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웅얼거리는 듯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한국에 사는 파라과이, 모로코, 헝가리인 등이 자신들의 언어와 한국어로 그리운 사람, 희망과 꿈 등을 이야기한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당시 멕시코에 도착한 한인들이 겪었을 낯선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를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전시장 양쪽에 마주 보고 놓인 2개의 대형 LED 패널에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상영된다. 아주 느린 속도로 재생되는 작품 속 마주 보는 두 사람은 가족 관계다. 한인 이주민의 후손들을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등으로 짝지은 '세대 초상' 작품이다.
전시는 12m 높이 벽면 설치 작업 '날의 벽'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보던 설탕 과자 방식으로 만든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 모양 오브제를 벽처럼 쌓아 올렸다. 벽 형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착안한 것으로, '통곡의 벽'에서 연상되는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설탕 같은 작물 재배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필요했다는 점을 동시에 전한다.
작가는 한인 이주민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다루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감정, 시간이 지나며 벌어지는 세대 간의 간극, 경계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존재 등에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 장소를 취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한 뒤 영상, 설치, 퍼포먼스, 사진 등을 결합해 연극적으로, 때론 환상적으로 연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15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정연두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그간 작품세계의 변모를 보여준다"며 "동시대 보편적 경험이 된 이주나 이민, 이동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선정해 지원하는 연례전 'MMCA 현대차 시리즈'로 진행된다. 내년 2월 25일까지.










